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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세원그룹 회장. 영남일보DB |
아들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영남일보 2021년 10월4일자 6면 보도) 받았던 세원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양영희)는 18일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두 아들은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장남 김도현 세원물산 전 대표이사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차남 김상현 세원정공 전 대표이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또 둘다 4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검찰은 2018년 12월 세원그룹 수출 업무와 관련, 김 회장 일가가 2008년부터 개인출자회사 3개를 차례로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회사들은 김 회장의 두 아들과 그 배우자, 자녀들을 주주로 해 설립된 법인이었다.
김 회장 일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수출 업무가 안정적인 고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이 아니라서 피해 회사들이 그대로 그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도 이익을 거뒀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일가의 개인출자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세무조사 위험, 현대차 그룹의 1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단가인하 요구 등을 피하면서 그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배임 고의에 대해서도 "회사들을 설립한 후 그 회사들로 하여금 수출업무를 수행케 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익이 발생했을 뿐이다. 일가에 이익을 몰아줄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회장과 두 아들이 회사 명의로 수출업무를 수행하게 한 행위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수출업무에 공장 설립 등 높은 고정 투자비가 필요하지 않고, 일가 회사들이 설립되기 전 피해 회사들이 수출업무를 통한 높은 매출 총이익률을 기록했던 점 등이 고려됐다. 또 여러 정황과 근거로 볼 때 김 회장과 아들들이 개인출자회사를 설립해 수출업무를 대행하게 한 주된 동기는 '경영적 고려'가 아니라, 높은 수익성이 인정되는 수출업무를 몰아줘 일가 사익을 취하려는 데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도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이들의 범행이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경영권과 부(富)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지배주주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갖는 피해 회사들을 사유물로 여긴 채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 없이 독단적 기업경영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위한 범행을 벌였다"며 "그룹의 조직은 피고인들과 그 기족들의 사적 이익 도모를 위해 이용됐다. 범행으로 그룹 임직원이 느꼈을 자괴감과 박탈감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검찰은 "이들이 업무상 배임 범행을 저질러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각각 50억원을 넘는다"며 이들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특경법은 업무상의 배임죄를 범한 사람의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업무상 배임'죄보다 형량이 높다.
하지만 특경법 위반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김 회장과 아들들이 배임 범행으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액을 각 피해 회사에 대한 범행 별로 특정할 수 없고, 그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단, 재판부는 "취득 이익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어 특경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을 뿐, 피고 회사들이 수출업무로 얻은 이익은 대부분 피해 회사 명의로 수행했더라도 충분히 얻었으리라 예상되는 이익에 해당되며, 그 액수가 막대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번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 소수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세원물산과 세원정공은 2019년 7월 이후 3년 5개월 동안 주식 매매 거래 정지 상태가 이어진 바 있다.
재판장은 이날 선고에서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돼 양형 기준 상한에 가까운 합당한 형벌을 내리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지만, 법원 공판 막바지에 이르러 피고인들이 회사 주식을 피해 회사들에 증여하면서 일부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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