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관크? 웃지 못할 신조어

  •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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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5  |  수정 2023-01-25 07:27  |  발행일 2023-01-25 제17면

[문화산책] 관크? 웃지 못할 신조어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설 명절과 같은 연휴 기간이 되면 많은 이들이 다양한 문화 공간을 찾고는 한다. 쉽사리 찾아갈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은 영화뿐 아니라 연극·뮤지컬 역시 연휴 기간을 맞이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들뜬 기대를 하고 극장을 찾는 이들은 의외로 공연 외적인 요소에 실망하고 공연장을 떠나곤 한다. 바로 '관크' 때문이다. 관크는 한자 '觀'과 '비판적인, 비난하는' 등의 뜻을 가진 영어단어 'critical'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공연장,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수많은 관크 목격담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곤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의 경험담을 쉽게 올릴 수 있게 된 탓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공연 관람에 있어 관람 매너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관크로 또 다른 웃지 못할 신조어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메뚜기(공연 중 본인의 좌석을 두고 비어있는 더 좋은 좌석으로 몰래 이동하는 행위)' '싱어롱(공연 중 노래를 따라부르는 행위)' '시계토끼(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시간을 확인하는 행위)' '반딧불이(어두운 극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불빛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그러하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들은 공연 전 안내 멘트로 줄곧 등장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휴대전화는 무음이나 비행기 모드로 해주시고, 이동이나 음식물 섭취는 불가하오니…' 그럼에도 공연을 시작하면 휴대전화가 울린다, '띠리링'.

공연에 익숙지 않은 몇몇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관크는 공연에 익숙한 이들 역시 종종 일으키고는 한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유명 배우들의 관크 목격담은 자주 발견된다.

오롯이 공연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들은 수많은 비매너적인 관람 행위에 한숨을 쉬곤 한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남짓 공연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온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나 무대장치가 아닌 휴대전화 불빛만을 기억하며 공연장을 나선다. 이를 피하고자 일부러 17만원에 달하는 비싼 좌석을 예매하는 이들의 수도 상당하다. '공연을 보러 왔으면 공연에만 제발 집중해 달라'는 한 블로그의 글이 뇌리에 남는다.

갈수록 문화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문화생활을 위해 각종 예술계를 찾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올바른 문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인색하다. 얼마 전 관람 비매너로 작품을 훼손당한 유명 거장인 박대성 작가는 "그 또한 작품의 역사이고 흔적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모든 문화에는 그 문화와 어울리는 방식의 관람 매너들이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삶의 올바른 조화를 위해 하루빨리 건강한 관람 문화가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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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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