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개혁의 시발점' 중대선거구제

  • 박상현 경북도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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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1 07:43  |  수정 2023-01-31 07:44  |  발행일 2023-01-3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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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경북도 서울본부장)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도입을 화두로 던졌다. 그 의도는 선거제 개혁을 통한 대표성 강화에 있는 것으로 요약되고 충분히 공감도 간다. 물론 그 실현은 결코 쉽지 않다.

통상 학자들이 선거방식을 말할 때 300여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할 정도로 대표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선거방식은 다양하다.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시·도지사 모두 한 표라도 더 많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1인 1표 최다 득표제에 익숙하다. 사실 선거의 다른 방식은 생각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중대선거구제를 택한 나라는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가 있고 소선거구제를 택한 대표적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이 있다. 면면을 보면 소선거구제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은 1987년 이후 고착되어 온 현행 제도 속 당내 비민주적 관행과 위성정당 등 그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차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소선거구제가 대표성에 있어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1대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49.91%를 득표, 163석을 확보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41.46% 득표율로 84석을 얻었다. 불과 8.45%의 지지율 격차였지만 의원 수에 있어서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명백히 불합리하다.

개별 지역구 선거에서도 대표성 문제는 발생한다. 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평균 66.2%였다. 50% 득표율로 당선되어도 전체 유권자의 30% 남짓 지지만 받은 셈이다. 대표성과 정당성에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여야는 과연 중대선거구제가 얼마나 자당에 유리하고 불리할까 셈하기 바쁘다. 국회의원 52명은 지난 12일 선거제 개혁을 위한 초당적 정치개혁의원 모임 합류 의사를 밝히고 150명 이상을 목표로 여야지도부를 설득할 계획이라 전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인구가 많지 않은 농촌에서는 소선거구제로 이원화하는 복합선거구제의 필요성을 제안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2~4개의 현행선거구를 묶어 2~4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여기도 결정적 문제가 있다. 단기 투표제(선거인이 오직 1인의 후보자만을 지명하여 투표)냐, 연기 투표제(선거인이 2인 이상의 후보자를 선호순위에 따라 지명)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다.

대표성과 정당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침묵하는 다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기술적 방안도 도입되었으면 한다. 호주, 그리스, 아르헨티나, 벨기에, 브라질, 이탈리아, 이집트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 또는 공직 취임 제한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휴대폰 공인인증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다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인프라가 선거제에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

어떤 방식이든 현행법상 오는 4월10일까지 법안을 개정해야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할 수 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바늘허리를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37년 만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변화하는 시대의 담론을 녹여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리당략이 우선시된다면 그건 개혁이 아니다. 여야의 전향적이고 진취적 논의로 30여 년 묵은 정치개혁의 첫 관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박상현 (경북도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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