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아름드리나무가 될 너희들에게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 |
  • 입력 2023-01-30 07:22  |  수정 2023-01-30 07:31  |  발행일 2023-01-30 제12면

2023012901000821200035731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일까? 오래전 가요지만 여전히 졸업식에서 사랑받는 곡이다. 2월은 졸업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졸업은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이 된다.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등교하고,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고, 성공과 실패 등 다양한 경험 속에서 삶을 배우는 학교생활은 작은 사회라고 부를 만큼 변화무쌍하다. 나름의 전략으로 사회생활을 잘 해내고 학교를 떠나는 모습은 대단하고 칭찬할 일이다. 그래서 '빛나는' 졸업장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성장을 했을까?

'김○○: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축제나 행사를 통해서 선생님, 친구들이랑 웃고 지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거 같다. 다만 여러 가지 행사를 코로나 때문에 조금밖에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누군가가 내게 꿈을 물으면 대답을 못 했는데 학교에서 한 진로 체험으로 내가 뭘 할 수 있고 무엇에 자신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았고 그로 인해 생각이 성장할 수 있었다. 꿈에 빨리 다가가고 싶어 취업을 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했고 합격했다. 얼른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열심히 배워서 웨딩 메이크업으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윤○○: 중학교에 올라와 처음 시험을 쳤을 때는 점수가 말이 아니었는데 노력해서 점점 결과가 좋아져서 뭔가 뿌듯했다. 수행평가나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데 중학교 3년 동안 깨우친 것들이 많다.

또, 다양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여러 가지 공부를 했다. 이 활동들은 모둠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혼자서만 잘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친구에게 내가 아는 것을 알려주면서 더 공부하게 되고 그 친구들이 잘 이해하면 보람도 있었다.'

학생들의 생각을 읽으며 학교생활 속에 담긴 고민과 다양한 감정, 성장의 경험을 엿볼 수 있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에게도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이 된다.

2020년, 감염병으로 입학식도 없이 6월이 되어서야 등교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이 3학년을 마치고 졸업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다양한 행사를 하지 못해 아쉽다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해 준 시간으로 기억하고 앞으로의 삶을 빈틈 없이 차곡차곡 지혜롭게 채워가기를 바란다.

학생들이 졸업 영상을 찍는다며 축하의 말을 부탁한다. 애틋한 마음이 들킬까 봐 우스갯소리와 함께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만 전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우리 학생들에게 작은 도토리 알 속에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를 들려주고 싶다. 삶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울창한 숲을 함께 만들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교사라면 일 년에 한 번은 겪게 되는 졸업식이지만 주책맞게도 매번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얘들아! 졸업을 축하해."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기자 이미지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