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시 신청사, 시민 위한 공간 돼야

  • 김차섭 시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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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2 07:35  |  수정 2023-02-02 07:48  |  발행일 2023-02-0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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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섭 시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회장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성서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던 대구는 성서산단 쇠퇴와 함께 각종 경제지표에서 전국 광역시 중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대구시는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성서산단을 산단 대개조와 스마트 그린산단으로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특히 2019년 12월22일에 대구시민은 전례가 없는 민주적 공론화와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옛 두류정수장을 대구시 신청사 부지로 결정하였다.

대구시민은 왜 그런 결정을 하였을까. 한때 대구를 먹여 살리느라 늙어버린 서쪽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었을까. 침체한 서부권을 변화시켜 동서 균형 발전을 통한 전국 3대 대도시로의 귀환을 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구의 센트럴파크인 두류공원으로 '공간의 확장'이 가능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일까.

지금 광주에는 복합쇼핑몰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현대백화점그룹은 '더 현대 광주' 건립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하였다. 이를 보고 일각에서는 신청사 부지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여 광주처럼 스타필드를 유치하자고 주장한다. 빚이 있는데, 또 빚을 내서 신청사를 지어야 하냐고 반문도 한다. 하지만 달서구는 복합쇼핑몰을 반대한 적도 빚을 내서 지어라 한 적도 없다. 오히려 민자유치를 통한 관상 복합 청사 건립을 먼저 제안하였다. 팔아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는 시민의 땅을 소중히 지키려 했다. 청사를 새로 건립한다는 의미의 신청사가 아니라 기존에 볼 수 없던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의 '신청사'다. 신청사와 두류공원, 이월드가 하나로 연결된 180만㎡(55만평)는 오롯이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전체를 즐기기엔 하루가 부족하기에 신청사에서 먹고 자고 놀아야 한다. 따라서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복합 공간일 수밖에 없다. 진심을 다해 대구의 백년대계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반쪽짜리 땅으로는 부지 안으로 도로를 확장할 수 없어 교통대란을 막을 수 없다. 대규모 지하주차장도 시민 공간도 없다. 상업 건물에 가려진 병풍 같은 공무원의 업무 공간만 덩그러니 놓일 것이다. 도쿄도청사와 같은 랜드마크 신청사도, 오스트리아 빈시청 앞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도 꿈꿀 수 없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왜 중단되고, 또 어떤 이는 시민의 소중한 합의로 결정된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주장할까. 빚이 있어 신청사는 못 짓는데 5천400억원 규모의 '금호강르네상스'사업은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까. "해보기는 했어"라고 일갈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처럼 민자 유치 노력은 하나도 않고, 부지 절반을 팔 생각만 하는 건 무책임한 억지가 아닌가. 대구 미래 백년을 담보로 소탐대실의 우(憂)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세상의 행복을 위해 토끼처럼 열심히 뛰어야 할 때 낮잠 자고 있는 대구시 신청사는 토끼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쫑긋하게 솟은 두 귀로 호랑이의 조언을 받아들이듯 시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깡충깡충 힘차게 다시 뛰면 된다. 비록 여리지만 날쌔고 재빠르며, 재치와 착한 마음으로 새 희망을 여는 토끼처럼 2023년은 변화와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김차섭〈시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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