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따뜻한 관계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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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7 06:41  |  수정 2023-02-07 06:43  |  발행일 2023-02-07 제23면

코로나 사태와 취업난으로 서울에서만 13만명의 청년들이 '집콕' 상태에 있다. 전국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6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실패와 어려운 가정형편, 따돌림 등이 은둔 청년을 양산하는 원인이다. 은둔 생활이 지속되면 육체적·정신적으로 더욱 취약하게 된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장인 로버터 월딩거(Robert Waldinger) 교수가 1938년부터 최근까지 사춘기부터 늙을 때까지 수천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의 특징은 주변인들과 따뜻한 관계(warm relationship)를 유지하고 있는 부류였다. 한밤중에 아프거나 두려움을 느낄 때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활동의 예리함이나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좋고 우울증,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정서적 결속력이 높을수록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기제가 잘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딩거 교수는 삶의 질을 높이려면 가까운 사이든, 취미클럽에서 만난 사람이든 이너서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더 개방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한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 매일 헬스장에 나가 신체를 단련하면 근육이 불어나듯이 호감이 가는 주변 사람에게 접근해서 대화를 나누는 횟수를 늘리다 보면 따뜻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고 한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나 심리지원 등의 공적인 대책에 앞서 자발적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노력이 더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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