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영웅〈현대미술가〉 |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바꿀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고향과 학적이다.
나는 서울에서 미술로 유명한 H대학교를 다녔고, 거기에 경상도 출신이었기 때문에 학생 시절 미술적 '백(back)'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학교의 교수 중 상당수가 경상도 출신이었다.
특히 과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단색화(Dansaekhwa)'로 유명한 박서보(1931~) 화백의 고향이 경북 예천이고 고(故) 이두식(1947~2013) 화백의 고향이 경북 영주다.
20대 초반 당시, 사람들의 재미있는 태도들로 인해 생긴 습관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성격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지역성이나 환경과 연결, 나아가 작가의 작품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입학할 때 박서보 교수가, 졸업할 시기에는 이두식 교수가 가장 원로 교수였다. 수업에서 직접 배운 경험은 없지만, 두 사람은 학과 내의 여러 가지 중심적인 문화나 정신을 정착시킨 인물로 이해하고 있다.
두 화백은 모두 경북 산골 출신이면서 항상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었고, 서울로 진출해 나라를 대표할 만한 미술가가 되었다. 또 모두 추상회화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두 화백의 내적인 성향을 반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각 화백 작품의 시작점이 개인과 세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본다. 차례로 설명하면 먼저 박서보 화백의 작품은 수행적 반복성과 촉각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신(修身)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작품이라는 것인데,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작품인 만큼 작가의 내면이 작품성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두식 화백의 작품은 오방색과 '잔치'라는 제목이 특징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음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전통색으로 설명된다. 이두식 화백은 변화와 조화를 추구하며 발산하는 에너지와 색을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로 치환해 화면에서 어우러지게 만든다.
그들은 서로 다른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의 근원으로 삼고 있었다. 나는 두 화백이 이런 근원 위에서 자신들의 성격과 사상을 붓질로 승화시켜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이 되었다고 본다.
두 화백은 모두 대가답게 회화작품에서조차 이미지를 넘어서 행위를 연상하게 만든다. 수양하듯 아주 정적인 움직임과 마치 붓으로 춤을 추는 듯한 서로 다른 느낌의 행위가 각 작품에 스며 있다.
나는 두 화백의 결과를 보수적인 사람들의 진보적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것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수용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내는 모순적인 성취를 했다.
그러나 모순은 언어적 사태다. 결국 작품이라는 실물이 있기 때문에 모순이 담론으로 변한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현대미술 버전이다. 두 거장의 고향은 경북 산골이다.구영웅〈현대미술가〉
나는 서울에서 미술로 유명한 H대학교를 다녔고, 거기에 경상도 출신이었기 때문에 학생 시절 미술적 '백(back)'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학교의 교수 중 상당수가 경상도 출신이었다.
특히 과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단색화(Dansaekhwa)'로 유명한 박서보(1931~) 화백의 고향이 경북 예천이고 고(故) 이두식(1947~2013) 화백의 고향이 경북 영주다.
20대 초반 당시, 사람들의 재미있는 태도들로 인해 생긴 습관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성격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지역성이나 환경과 연결, 나아가 작가의 작품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입학할 때 박서보 교수가, 졸업할 시기에는 이두식 교수가 가장 원로 교수였다. 수업에서 직접 배운 경험은 없지만, 두 사람은 학과 내의 여러 가지 중심적인 문화나 정신을 정착시킨 인물로 이해하고 있다.
두 화백은 모두 경북 산골 출신이면서 항상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었고, 서울로 진출해 나라를 대표할 만한 미술가가 되었다. 또 모두 추상회화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두 화백의 내적인 성향을 반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각 화백 작품의 시작점이 개인과 세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본다. 차례로 설명하면 먼저 박서보 화백의 작품은 수행적 반복성과 촉각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신(修身)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작품이라는 것인데,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작품인 만큼 작가의 내면이 작품성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두식 화백의 작품은 오방색과 '잔치'라는 제목이 특징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음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전통색으로 설명된다. 이두식 화백은 변화와 조화를 추구하며 발산하는 에너지와 색을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로 치환해 화면에서 어우러지게 만든다.
그들은 서로 다른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의 근원으로 삼고 있었다. 나는 두 화백이 이런 근원 위에서 자신들의 성격과 사상을 붓질로 승화시켜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이 되었다고 본다.
두 화백은 모두 대가답게 회화작품에서조차 이미지를 넘어서 행위를 연상하게 만든다. 수양하듯 아주 정적인 움직임과 마치 붓으로 춤을 추는 듯한 서로 다른 느낌의 행위가 각 작품에 스며 있다.
나는 두 화백의 결과를 보수적인 사람들의 진보적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것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수용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내는 모순적인 성취를 했다.
그러나 모순은 언어적 사태다. 결국 작품이라는 실물이 있기 때문에 모순이 담론으로 변한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현대미술 버전이다. 두 거장의 고향은 경북 산골이다.구영웅〈현대미술가〉

구영웅 현대미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