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에 마약 든줄 몰랐어도 가명으로 받았다면 유죄

  • 서민지
  • |
  • 입력 2023-02-07 16:13  |  수정 2023-02-07 16:23  |  발행일 2023-02-08 제8면
대구고법, 태국인 노동자 무죄 원심 파기하고 징역 2년 6월을 선고
마약 배달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수취인 추적 못하도록 한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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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법원 전경 영남일보DB

우편물에 마약이 든 줄 몰랐어도 가명으로 받았다면 유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진성철)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된 태국인 노동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국에 거주하는 친구 B씨와 공모해 마약류인 '야바' 2만176정(시가 약 3억6천만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로부터 우편물을 수령할 국내 주소를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회사 주소가 적힌 사진을 SNS 메신저를 통해 전송했다. 이에 B씨는 야바 2만176정을 국제 특급 우편으로 발송했고, 이는 같은 달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육포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약류가 들어있는지는 몰랐다"고 항변했다.

대구지법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우편물 수령을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을 법도 하지만, A씨가 B씨에게 주소를 알려준 것 외에 두 사람이 마약류 수입을 공모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편물이 배송되던 날 A씨가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B씨의 연락에 당장 답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대량의 마약류를 은밀히 거래하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단을 뒤집었다.

우편물에 적힌 수취인 이름이 A씨가 아닌 가명이었다는 점이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를 마약이 든 우편물이 배달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A씨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한 범행 수법으로 봤다.

B씨가 우편물을 발송한 지난해 4월 8일 직후부터 메시지 대부분을 삭제한데 이어 A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된 같은 해 4월 25일에만 불과 4시간 동안 B씨와 60여 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대구고법 재판부는 "마약의 양이 적지 않아 만약 국내에 유통됐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라며 "다만, 마약이 모두 압수돼 실제로 유통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은 단순 수취 역할만 맡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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