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호 (서울 정치부장) |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저앉은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여기에 급격한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겹쳐 국민의 삶 역시 최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활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급상승 중이다. 채소 등 밥상물가는 물론 소비성 높은 생활용품 가격과 가스·전기요금, 공공요금까지 폭등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큰 폭의 오름세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은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까지 오르지 않던 전기요금은 세 번, 가스요금은 네 번 인상됐다. 이젠 한겨울 한파가 몰아쳐도 보일러 온도를 높여 따뜻한 온기를 나누기도 두렵다.
직장인들은 폭등하는 물가 상승에 비해 쥐꼬리만 한 연봉 인상에 한숨이 나온다. 인상분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사실상 마이너스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직장인은 월급이라도 꼬박꼬박 나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대부분의 물가가 상승한 가운데 인건비와 임대료, 가스·전기요금 등도 폭등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필자의 지인은 "이런 불경기에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국회이다. 민생을 챙겨야 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멀어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3·8 전당대회를 시작했다. 문제는 당권주자 그 누구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민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친윤·비윤으로 편을 갈라 볼썽사나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다수 의원들이 누가 당 대표가 될지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 눈치, 지역민의 눈치를 봐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공천권을 쥐게 될 차기 당 대표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국민의 삶은 썩어 들고 있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에 국민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회의원들의 표현처럼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서로를 친윤·비윤으로 갈라치기 해 공격하다 보니, 분당(分黨)대회로 변해 버린 것을 자각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그 누구도 친윤·비윤 편 가르기를 그만두고, 민생 전당대회로 나가자고 말하는 이가 없다. 일단 내가 이기고 보자는 고약한 심보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고물가에다 가스·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민생국회'를 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직 '사법 리스크'에서 이재명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당력을 총집결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169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이다. 마음만 먹으면 국민을 위한 민생 국회 운영이 가능한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생보다는 자당의 이익만 바라볼 뿐이다. 국민 없는, 민생 없는 국회는 존재할 이유는 없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