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검색보다 사색의 힘이 중요하다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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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0  |  수정 2023-02-20 06:47  |  발행일 2023-02-20 제27면

[월요칼럼] 검색보다 사색의 힘이 중요하다
장준영 논설위원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가공할 만한 위력은 2016년 국수 이세돌과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을 통해 제대로 알려졌다. 당시 최강으로 불렸기에 대부분은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다. 막상 이 국수는 5차례의 대국에서 단 1승을 챙기는 데 그쳤고 바둑애호가 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 승리는 70여 차례에 이르는 알파고의 통산전적상 유일무이한 패배로 기록되면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터넷으로 뭔가를 검색할 경우 키워드를 입력하고 관련 내용이 나오면 선택해서 원하는 바를 찾았다. 그러나 오픈AI(Open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챗GPT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모든 정보를 검색한 다음 수합된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대화형으로 답을 해준다. 어려운 질문을 해도 상당히 알찬 결과물을 빠르고 자연스럽게 내놓는다. 시범운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도 깜짝 놀랐다는 것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전언이다. 어쨌든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탄복할 만한 기술이 세상에 선보인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두려움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거짓 정보를 비롯, 유언비어나 각종 음모론 등의 확산을 위해 챗봇을 악용한다면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핵이나 생체실험처럼 개발과 운용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검색의 기능을 넘어 사색의 범위까지 발달하는 것은 아닐지 덜컥 겁이 난다. 검색(檢索)은 책이나 컴퓨터에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사색(思索)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을 뜻한다. 평면적이고 1차원적인 검색보다는 입체적이고 3차원적인 사색의 힘이 크다. 가뜩이나 끝이 없고 중독성이 강한 인터넷 때문에 편리함이나 효용성과는 별개로 다양한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카더라 통신'에 함몰돼 자기 생각이 자라날 틈은 점점 줄고 있다. 어떤 챗봇이 거짓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로 작동하고 시간이 흘러 숙주가 된다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적·학문적·기술적 외연이 확대됐다. 특정 관심사나 활동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세력을 형성하고 때로는 여론을 주도하거나 호도하는 도구로 활용되면서 기술개발 당시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진실과 다른 정보가 넘쳐나고, 선택적 정의까지 가세하면 그에 기반한 반목과 분열은 정해진 수순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괴물로도 지목된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기 위한 검색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색을 반복해서 자기 생각을 담을 수 있어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매우 좋은 성능을 장착한 챗봇이 그릇된 방향으로 활용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고 건전한 사고력을 갖추는 데는 검색보다 사색이 훨씬 중요하다.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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