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빨간 깜빡이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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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7  |  수정 2023-03-07 10:31  |  발행일 2023-03-07 제23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2천500만대를 넘어섰다. 산술적으로는 대략 국민 2명당 1대꼴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젠 자동차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접한 존재가 됐다. 차량이 많아질수록 도로에서의 의무와 약속이 필요해졌고 관련법이나 시행규칙 등이 세분화되면서 질서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자동차는 다양한 등화장치로 의사를 표현한다. 예컨대 브레이크등이나 방향지시등이 작동하면 멈춤이나 좌·우회전을 알리는 식이다. 신호등의 빨간색은 멈춤, 초록색은 주행 등과 같은 약속이 잘 지켜지면 안전운행의 근간이 된다. 일명 깜빡이로 불리는 방향지시등의 국내 색깔은 도로교통법상 황색이나 호박색 등 노란색 계열이다. 미국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도 황색이다. 하지만 한·미 FTA 이후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빨간색 방향지시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FTA협상 당시 '미국에서 적용되는 자동차 안전기준에 합격하는 경우 국내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것으로 본다'는 조항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노란색에 매우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많이 낯설고 당황스럽다.

회전이나 차로를 바꾸는 상황이면 더욱 민감하고 위험하다. 깜박거림으로 앞차나 옆 차의 의사를 인지하기보다는 색깔로 인식하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깜빡이를 켰음에도 뒤차 입장에서는 안 켠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다툼이나 사고가 잦아지기 전에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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