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 대구경북 업계 '호재'

  • 정우태,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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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6 08:03  |  수정 2023-03-16 08:05  |  발행일 2023-03-16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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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DI는 오는 1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원통형 배터리 등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한 분야가 있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핵심부품인 '2차전지' 사업 분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했다. 반도체 경기 한파로 국내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지만 유망한 2차전지 기업을 앞세운 대구는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2차전지 산업은 최근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 향후 기존 각형·파우치형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도 기술 개발 및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자료를 보면 글로벌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8GWh에서 2025년 241GWh, 2030년 705GWh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가격 40%는 배터리價
원형배터리 가격 경쟁력 높아
테슬라 전환 앞장서며 주도권
볼보·BMW 등 기업 동참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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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원통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기둥 모양의 캔 형태를 띠고 있다. 1991년 일본 소니가 캠코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했고 이후 가전제품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각형·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면서 한동안 수요가 줄었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원통형배터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2017년 출시한 모델3에 원통형배터리를 탑재해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설계 고도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린 기술을 개발해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원통형배터리 도입은 생산성 제고는 물론 전기차 보급의 핵심인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테슬라는 현재 100달러/㎾h인 배터리 가격을 2025년까지 60달러/㎾h로 확 낮출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내려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중이다.

테슬라가 제시한 기술 전환은 업계 전반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기업은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배터리사도 원통형배터리 개발을 두고 선택에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기술이 상용화되고 제품화되기까지는 원가·양산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배터리 설계 개선, 경제성 개선을 더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앤에프 등 지역 양극재 기업
하이니켈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중국·일본 기업과 경쟁서 우위
포스코케미칼은 포항 신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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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2020년 '배터리데이'에서 소개한 4680 배터리.
◆완성차·배터리 변화 가속화

테슬라가 시작한 원통형 배터리 전환시도에 동참하는 기업이 속속 늘고 있다. 볼보, 재규어·랜드로버가 뒤따라 원통형배터리 기술을 도입했고 BMW, GM,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푸조 합작사)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엔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 간 협업도 눈에 띈다. 삼성 SDI는 GM과 손잡고 현지 공장을 설립해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SDI가 북미에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건 지난해 4월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간 GM은 원통형배터리 채택을 검토하면서 새 사업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올 초 GM 측은 콘퍼런스콜(투자설명회)에서 자사 전기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에 대해 "배터리 규격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다른 유형의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인 4680(지름 46㎜·길이 80㎜) 공급에 주목받고 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을 원료로 하는 NCA배터리로 기존 제품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각각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게 특징이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4680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증산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청주시에 오창 2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경북 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할까?

원통형 배터리의 강세는 지역 2차전지 소재 강자들에게는 큰 수혜로 인식되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기업은 대구에 소재한 엘앤에프다. 지난해 약 31억 달러 수출 실적으로 대구 수출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와 약 3조8천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양극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나 안전성 등 핵심 요소를 결정하는 소재로, 배터리 셀 원가의 42%가량을 차지한다.

테슬라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 생산 속도가 빠르고 원가가 적게 드는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하고 있다. 꾸준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해왔고, 엘앤에프와의 양극재 직거래 움직임도 이와 관련 있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 테슬라가 완벽한 양산 단계까지 이르진 못한 것으로 본다. 이에 테슬라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엘앤에프 입장에선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하든 배터리 업체로부터 수급을 받든 큰 차이는 없다. 최종 단계에서 완성차 업체가 선호하는 니켈 함량 90% 이상의 고성능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생산 기업은 각 배터리 생산업체의 요구에 따른 차이를 주면서 조율하고 이에 맞춰 생산에 들어간다"며 "엘앤에프 등 대구경북의 양극재 기업들 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적이기 때문에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독립이 이어지면 중국, 일본의 배터리 업계와의 경쟁 우위를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소재 사업 호조 덕분에 매출 1조9천억원, 영업이익 1천502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27.6%, 287.1% 증가했다. 올 1월엔 삼성SDI에 양극재 40조원어치를 10년간 공급하는 대박 계약을 성사시켰다. 최근 삼성SDI가 GM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까지 이어져 원통형 배터리 물량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부터 한 해 6만t의 양극재 생산을 목표로 포항에 공장을 짓고 있다. 포항, 구미 등 국내에서만 총 연 16만t 생산능력을 갖추고 해외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도 총 11만5천t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양극재 업체 간 주요 고객사 사업 수주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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