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탈'(개혁의 딸)로 인해 시끄럽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개딸이 필요한 존재'라며 옹호하는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는 '절연 대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김남국 의원은 27일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개딸은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라며 "적극 지지층은 국민의힘도 있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10배 이상 욕설하고 비하하고 쫓아다니면서 폭력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지지자들은 그런 사람이 일부일 것인데, 개딸 프레임을 만들어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지성적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기에 존중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개딸이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절연 목소리가 높다. 자칫 개딸로 인해 건전한 진보 목소리가 묻히고, 청년 및 중도층 이탈만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달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일부 반란표로 인해 가까스로 부결되자, 이탈표 색출을 명분으로 비명계 의원 자택 앞에서 개딸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표가 자제를 촉구했지만 소용 없었다.
지난 15일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강병원·전해철·이원욱·윤영찬 의원 지역사무실과 국회 앞에서 이들을 비판하는 개딸 전광판 트럭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 25일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SNS에 개딸로 추정되는 강성 지지자들이 지역 사무실 및 자택 부근에서 항의 시위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제 분노조차 아깝다"며 허탈해 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혁신은 '개딸 절연'으로 시작해야 한다.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정당을 파괴하는 세력일 뿐"이라며 "떠나간 2030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 대표는 개딸과 결별해야 한다. 개딸 뒤에 숨어서, 개딸에 편승해서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 놓은 정치인들부터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의원도 최근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개딸은) 팬덤의 그런 것을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면서 "폭력적인 행위들이 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윤석열 정권의 분열적인 작전에 말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 대표의 결단만 남았다. 최근 비명계가 지도부 인적 쇄신을 요구하자 한발 물러섰던 이 대표가 개딸을 옹호할지, 절연할지에 따라 또 다시 '사퇴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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