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금 자판기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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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9 06:58  |  수정 2023-03-29 06:58  |  발행일 2023-03-29 제27면

건물이나 거리 등 생활 주변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의 역사는 깜짝 놀랄 만큼 오래됐다. 요즘 같은 시스템의 자판기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하고 허접해서 논란의 여지도 있을 수 있으나 어쨌든 첫 자판기는 기원전 215년 고대 이집트 신전에서 성수를 판매하는 용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별다른 기록이 없을 정도로 잊혔던 자판기는 19세기 들어 우표나 껌·담배 판매용으로 다시 등장했고, 지금처럼 익숙한 형태로는 1935년 콜라 자판기가 선보이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최초 자판기는 출산율을 낮추려는 정부 정책의 하나로 1973년 도입된 피임기구 자판기였고, 1977년 서울지하철 1호선에 커피자판기가 설치되면서 보급이 본격화됐다. '자판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회 자판기까지 등장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종류의 자판기가 고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양하고 기발한 자판기가 속속 등장,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편의점 이색사업으로 추진된 금 자판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GS리테일이 서울에 선보였던 금 자판기는 6개월 만에 20억원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항 중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구매자의 90% 정도가 20~40대'라는 GS 측의 설명으로 미루어 호기심이 작동하면서 기념으로 간직하거나 소액투자 개념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측된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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