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시대 또다른 금맥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각축전 치열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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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3 07:25  |  수정 2023-04-13 07:26  |  발행일 2023-04-13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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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내연기관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기차 주행거리 및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부품인 배터리를 재활용·재사용하는 기술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창출 분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더욱이 전기차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 가운데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블루오션 신산업 '팽창'
2040년 세계시장 규모 87조원
국내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도
2030년까지 누적 60만대 추산
회수~재제조 산업군 형성 가속

지역 선도기업들 '약진'
포스코 계열사 기술 협업 확대
에코프로 연간처리 규모 2만t
영풍은 리튬 90% 회수기술 확보
피엠그로우도 ESS제품화 박차

◆급증하는 사용 후 배터리

매년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은 2021년 기준 24GWh에서 2026년 109G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40년까지 연평균 28%씩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규모 역시 급성장이 예상된다.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은 2025년 3조원 규모에서 2030년 12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 대중화가 이뤄지는 2040년에는 8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 영향으로 국내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도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내 전기차 폐차는 2018년 기준 110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천940대로 늘었고 2030년에는 순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은 누적 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전기차 폐차 시, 배터리는 의무 수거 대상이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기차, e-모빌리티 등에 탑재된 배터리는 예외다. 다른 친환경차에서 배출되는 사용 후 배터리까지 더하면 실제 배출량과 시장규모는 더 커진다.

◆자원순환 새로운 생태계 구축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술 발전은 소재 분야 자립도를 높이고 향후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통상 회수된 사용 후 배터리는 팩 단위 성능평가를 거쳐 매각이 이뤄진다. 재사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배터리는 재활용을 한다. 이를 통해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인 니켈·코발트·망간·리튬 등을 회수할 수 있다. 한국은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변화에 타격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는 2차전지산업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된 배터리 폐기물을 감축시켜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은 에너지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은 물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엔 전기차 충전기, 모빌리티 충전스테이션 등 ESS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배터리 회수·보관·매각·재제조 제품 생산 등 각 과정에 특화된 기업들이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2차전지 산업의 한 축이 되는 셈이다.

◆TK 2차전지 중심지 도약 기회

2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대구경북이 사용 후 배터리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거머쥘 가능성은 크다. 이미 다수의 유망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이들 기업들은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유럽에서 전처리한 블랙파우더(배터리를 파쇄한 분말)를 들여와 이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등 배터리 소재(양극재·음극재)를 제조하는 계열사와 협업해 제품 인증과정을 진행한다.

에코프로그룹의 에코프로씨엔지는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배터리 재활용 신공장을 구축했다. LG 에너지솔루션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매달 약 1천t의 폐배터리를 처리하고 연간 처리 물량은 2만t에 달한다. 공장 증설을 통해 처리능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속제련 기업인 '영풍'도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배터리 원료 소재인 리튬을 90%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엔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상용화 공장 건설도 한창 추진 중이다.

포항 블루밸리 산단 내 '피엠그로우'는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생산하는 '배터리 그린사이클 캠프'를 운영 중이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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