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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위치한 옛 쌍용양회 문경공장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오주석 기자. |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로 미스터리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 옛 쌍용양회 문경공장에 '가상(버츄얼) 스튜디오' 건립이 추진된다. 경북도와 문경시가 촬영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특수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영화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문경시 신기동 옛 쌍용양회 부지에 가상제작 스튜디오 건립에 나선 것이다.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영화인들의 주요 로케이션 촬영지로 손꼽힌다. 류준열·김우빈·김태리 주연의 SF영화 '외계+인'부터 넷플릭스에 개봉을 앞둔 '택배기사' '스위트홈 시즌2' 등 블록버스터급 영상물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6·25전쟁 이후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도움을 받아 1957년 준공된 문경 시멘트공장으로 문을 열었다. 국내 유일의 습식 고로 시멘트 제조시설을 갖춰 한때 국내 시멘트 수요의 절반을 책임지며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실렸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 등으로 조업이 점차 어려워져 2018년 6월을 끝으로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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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쌍용양회 문경공장에서 SF영화 '외계+인' 촬영 당시 스텝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
방치됐던 옛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최근 영화인들의 주요 촬영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해방 이후 지어진 최초의 시멘트 공장임에도 원형의 80% 가 보존돼 이색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실제,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1960년대 국내 산업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시 사용하던 회전 가마(킬른)와 사일로, 대형 혼합조는 물론, 지금은 보기 어려운 쇠창과 적색 벽돌, 대형 굴뚝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제작사 한 관계자는 "시간이 멈춘 듯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된 특별한 장소"라며 "낡은 건물 벽면에 이끼가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 굳이 연출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자 쌍용양회 문경공장의 가상 스튜디오 건립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경북도와 문경시는 국내 유명 영상시설 전문업체인 '봄내영화촬영소'와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쌍용양회 문경공장 부지 일대에 실내 스튜디오와 야외 오픈세트장, 분장 대기실 등 촬영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
여기에 경북도는 가상 스튜디오와 후반 작업 스튜디오를 추가해 이 일대를 '메타버스 디지털미디어 혁신 허브'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보고서 작성과 국회 세미나 개최를 완료한 데 이어 올해 4월 본격적인 연구 용역(2억원)에 착수했다.
이정우 경북도 메타버스혁신과장은 "문경 주요 촬영지의 사계절을 아카이브에 구축해 LED 월(Wall)에 구현하는 가상 스튜디오는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며, 지역 영화산업을 꽃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쌍용양회 문경공장의 레거시(새로 제안하는 방식이나 기술) 공간을 잘 활용해 문경이 첨단 디지털 미디어산업 거점으로 급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초실감 가상 스튜디오는 정부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국정과제 채택과 함께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북도에 따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국내 가상 스튜디오 13곳 중 9곳이 몰려 있으며 부산, 광주, 대전, 전주에 각각 1곳이 위치하거나 구축되고 있다.
가상 스튜디오는 세트의 배경과 천장, 바닥 등을 대형 LED 디스플레이로 꾸민 스튜디오다. 기존 크로마키 촬영과 달리 배경 영상을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접 보면서 촬영함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수 끝에 지난해 말 '광주실감콘텐츠큐브'(GCC)를 구축한 광주는 LED 버츄얼 스튜디오를 개관하고, 확장 현실(XR)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전국에서 가상 스튜디오 설립이 잇따르고 있으나 대구와 경북엔 아직 관련 시설이 없다.
다만, 문경은 문경새재·마성·가은오픈세트장에다 쌍용양회 문경공장과 실내촬영장을 필두로 지난 3년간 '태종 이방원' '환혼' 등 72개 작품, 758회 촬영이 진행됐을 정도로 미디어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제작비 3억원 이상의 국내외 영화·드라마 중 문경에서 5회차 이상 촬영할 경우 지역 내 숙박비와 식비, 유류비를 20% 지급하는 영상산업진흥조례를 2019년 제정하는 등 영상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번 가상 스튜디오 연구 용역에 관심이 집중된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시에 구축될 가상 스튜디오는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동시에 연결하는 최초의 종합 촬영장이 될 것"이라며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물을 촬영할 수 있는 복합 디지털 스튜디오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