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체 잇단 가동 중단에 대구경북 섬유업계 초비상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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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4 16:49  |  수정 2023-04-25 07:08  |  발행일 2023-04-25 제1면
구미 SM케미칼, 성안합섬 생산 중단
원사 제 때 공급받지 못하면
직물, 편직, 염색 등 전분야에 악영향
성안합섬
구미 공단동에 있는 성안합섬 전경. <인터넷 지도 캡처>

국내 대표 폴리에스터 원사 제조사인 구미의 '성안합섬'과 'TK케미칼'이 최근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대구경북 섬유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두 업체의 원사 수급량(월 4만t)은 국내 폴리에스터업계의 35%에 달한다. 장기간 원사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지역 섬유업계는 중국산 원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품질과 납기확보에 상당한 고충이 예상된다.

성안합섬은 지난 7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잠정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법정관리인이 선임되면 올 7월쯤에나 재가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M그룹의 화섬 계열사인 TK케미칼도 지난 2월 구미3산단에 있는 폴리에스터 생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들 업체로부터 원사를 공급받는 지역 섬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원사는 직물, 편직, 염색 등 섬유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대규모 시설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공정인 탓에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이 주로 운영한다.

가뜩이나 채산성이 악화된 지역 섬유기업들이 제때 원사를 공급받지 못하면 문닫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실제 구미의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월 평균 500t의 원사가 필요한데 현재 재고가 한 달 치 밖에 없다. 수입산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다음 달 바닥이 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도 최근 긴급 수요조사에 나섰다. 급한대로 우선 기업 10개사를 모집해 원사 공동구매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 회원사가 400개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공동구매에 나설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상웅 한국패션칼라협동조합연합회장(한신특수가공 대표)은 "원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침마다 긴급회의를 하지만 묘수가 없다"며 "중국 등지의 수입 원사를 사용하면 단가가 맞지 않아 공장을 가동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원사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섬유 업계 전체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연구기관 한 관계자도 "원사를 수입할 순 있지만 대량 주문을 해야해 중소기업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선책은 가급적 빨리 원사공장을 재가동하는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여의치 못할 경우 제3자 인수를 통해 폴리에스터 원사업을 살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근로자 고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장이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수백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TK케미칼 노조측은 "폴리사업부 근로자가 250여명에 달한다. 사측과 구조 조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달 서울 SM그룹 본사 앞에서 공장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정우태기자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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