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육비 세계 1위…萬 가지 문제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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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3  |  수정 2023-05-03 06:53  |  발행일 2023-05-03 제27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로 지목됐다.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비가 3억6천500만원 정도다. 1인당 GDP의 7배. '양육비용' 'GDP 대비' 둘 다 세계 1위다. 2위는 중국이다. 중국의 한 연구소가 61년 만에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이 7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의 심각성을 부각하기 위해 조사한 듯한데 한국에는 족탈불급,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위와인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양육비는 1인당 GDP의 7.79배로 중국(6.9배)보다 높은 것은 물론 독일(3.64배), 프랑스(2.24배), 호주(2.08배)의 2~3배에 이르렀다. 2위 중국의 양육비가 평균 9천390만원인데 우리는 3억6천500만원이니 압도적이다. 보고서에 빠진 게 있다. 대학 교육비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OECD 평균과 30% 차이 난다. 이 또한 세계 1위다. 일류 대학에 가기 위한 사교육비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다.

양육비는 '출산 의지'에 영향을 준다. 세계 최고의 양육비는 출산율 세계 최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혼조차 피한다. 혼인 건수 역대 최저치가 해마다 경신된다. 대구경북의 결혼 건수는 10년 새 반 토막 났다.

높은 양육비→결혼 기피→출산율 저하→생산연령인구 부족→고령화→부양 부담→사회 경제적 비용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자살률·이혼 증가율·낙태율·1인당 사교육비·가계 부채 비율 등 'OECD 1위' 항목 모두 이와 무관치 않다. 만(萬) 가지 문제의 중심에 '양육비 세계 1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양육비 경감을 위한 획기적 정책 도입을 더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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