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미국이 윤대통령을 환대한 이유

  •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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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3 06:54  |  수정 2023-05-03 07:04  |  발행일 2023-05-03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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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이번 백악관 국빈만찬의 주인공은 블랙핑크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김성한 안보실장의 경질을 불러왔던 블랙핑크가 우여곡절 없이 만찬장에 등장했더라면 전 세계 매스컴의 관심은 블랙핑크에 쏠렸을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윤 대통령은 멋진 그루브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영어로 불렀고,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70년 한미동맹 역사의 가장 뜨거운 밤이었다.

25년 전 워싱턴특파원으로 부임한 이래 수많은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봐 왔지만, 한국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의 환대를 받은 기억은 없다. 워싱턴D.C.의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미의회 연설, 미국방부 방문에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에 이르기까지 괄목할 만한 행사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호스트인 바이든 부부의 접대도 양과 질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과거 2009년 김대중-부시 때의 '디스맨(This Man)' 소동이나, 2019년 문재인-트럼프 간의 '2분 단독회담' 굴욕 등 흑역사에 비하면 격세지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특별한 환대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친미(親美) 정부라는 점이다. 바이든이 윤 대통령의 취임 직후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 것도 한국 내 보수 정권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둘째로는 한국 내 점증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 때문이다. 미국은 '절대로' 기존의 핵무기 이외 추가적인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세계전략을 갖고 있다. 여기엔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당연히 한국의 핵무기개발도 미국은 반대한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한국이 독자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문서로 받은 '안심선언'이자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이미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때 '북폭(北爆)'을 감행하려 했으나, 김영삼 정부의 반대로 철회한 적이 있다. 지금도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하지 않는 이유는 남한 수도권 내 수십만의 인명이 북한의 장사포 반격에 의해 희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핵 균형론'을 주장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7년 방미 시 크게 주목을 끈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 홍 대표 일행은 미 CIA본부에서 직접 브리핑을 받았고, 워싱턴포스트 주필의 영접을 받는 등 가는 곳마다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다.

셋째 요인은 우리의 경제력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미 제조업의 부활과 고용 창출을 위해선 한국의 기술과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바이든이 이번 백악관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의 취임 후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1천억달러(약 133조원) 이상 투자했다"고 자랑한 것을 기억하자.

미국은 일제식민지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각종 원조로 근대화에 큰 도움을 준 은인(恩人)이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지고한 가치를 공유하고, 6·25전쟁 때 공산침략을 막아준 '가치동맹'이자 '안보혈맹'이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특히 IMF 환난 때처럼 냉혹한 '빚쟁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위해선 친구지만, 친구의 안방도 도청하는 강대국이다.

이번 미국의 환대를 보면서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즐겨 하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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