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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호 서울 정치부장 |
'균형'이란 단어를 보면 양팔 저울의 무게 추가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는 완벽한 평형을 떠올릴 것이다. 물리적으론 가능하지만 인간사에서 균형은 이상에 가까운 말장난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는 균형·평등·공정을 외친다. 왜일까. 그만큼 불균형하고 불평등하며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년 22대 총선을 두고 벌써 말이 많다. 공천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측근을 뽑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최근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 이진복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 사이에 내년 총선 공천 이야기가 오간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여권은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앞다퉈 "당사자들이 부인한다"며 파문 확산 차단에 안간힘이다. 태 의원의 주장처럼 과장해서 표현한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질 공천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의 영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도 한몫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선출된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만큼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공천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 내년 총선에서 TK(대구경북)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치신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다. 필자도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등 자신이 실질적 윤핵관이라 말하는 정치신인을 여럿 봤다. 이 때문일까. 요즘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만나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TK 지역구 의원들 중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검찰·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지역구는 더욱 그렇다.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선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하지 못할 경우 TK를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 차원에서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 총선에서 여러 차례 공천 파동을 겪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만의 소신정치를 펼치거나 전문성을 가진 인재영입보다는 권력자에게 순응할 인물이 대거 공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에는 소신 정치를 하거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정치를 펼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TK에서는 정치 이야기만 나와도 고개를 돌린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치 혐오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가 민생보다는 자당의 이익만 챙기고 있으니, 누가 정치에 기대를 가질 수 있을까.
정치적 의미에서 균형과 공천(公薦)은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의 승리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누가 뭐라 해도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판단하는 시스템 공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임 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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