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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
기후위기는 우리의 기대나 노력보다 더 빨라지고 심각해지고 있다. 나는 답답하면 최재천 교수의 강의나 책, 유튜브로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는다. 글을 쓰면서 책 '호모 심비우스'에서 말하는 니치(niche)를 떠올린다. 최 교수는 자연계에서 많은 종들이 경쟁적으로 서로를 배제하면서도 어떻게 한 서식지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니치로 설명하는데, 생태학에서 생물은 누구나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 즉 역할이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각 역할, 기능, 위치,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대구교육 생태계에 적용해보면, 대구교육에선 다양성을 찾기 어렵다. 교사들에 의한 자생적인 니치를 만들어 내는 노력도 크게 드러나지 않고, 교육청이 나서서 전문학습공동체나 연구회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 현장에선 뚜렷한 방향을 찾아 변화하려는 문화가 생겨나지 않는다.
교육청이 온통 IB 교육을 외치고, 교육부는 온통 AI 교육만 외치고 있는 듯하다. 교사들은 획일적인 교육정책에 흥미가 없고 그저 적응만 할 뿐, 위기에 대응하고 교육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확대하려는 과감하고 열정적인 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구교육은 최재천 교수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추켜세운다. '현명한 인류'라고 말이다. 나는 우리가 두뇌 회전이 빠른, 대단히 똑똑한 동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명하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진정 현명한 인류라면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가 이 지구에 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나는 이제 우리가 호모 심비우스로 겸허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모 심비우스는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 종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호모 심비우스의 개념은 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기도 하다.
호모 심비우스는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는 한편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라고 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인류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지 않으면 지구에서 인간은 대부분 멸종하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서 더 많이 갖고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무한 경쟁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문명은 자연을 과도하게 착취해 왔고, 급기야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던 자원고갈보다 먼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자연의 질서가 무너져 공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의 온도가 2℃ 이상 올라가면 지금과 같은 인류문명은 지속할 수 없으며, 인류도 멸종할 것이라 경고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서 합의하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수년 사이에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10년 앞당겨졌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절박함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하던 대로 살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더는 이런 삶의 방식을 문명이라고 치켜세우고 조장하며 더 지독하게 경쟁하도록 학습시키거나 아무런 각성 없이 가르치던 대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는 '교육의미래2050 보고서'를 통해 개인의 성공과 국가경쟁력, 경제발전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바꾸자고 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생태시민을 길러내도록 교육의 목적을 바꾸는 생태전환교육으로 전환하자고 한다.
지금 당장, 호모 심비우스를 길러내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생태전환교육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교육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1986년 5·10 교육민주화선언으로 교사들이 먼저 나섰다. 많은 교사가 해직되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후위기 시대,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나설 거라고 기다려서는 늦다. 교사들이 다시 열정을 내고 기후 정의와 생태전환교육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라는 시구로 힘을 내고 결심해야 한다.
(덧붙여) 글을 쓰는 이유는 읽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은 내 칼럼을 거의 스크랩하지 않는다. 불편하고 형편없는 글이지만 아무쪼록 교육청이 날마다 정리하는 '보도현황'에 스크랩해서 작은 니치를 보장해 주고, 내 글이 많은 교직원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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