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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 <동화사 제공> |
오는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는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Peace of the Mind, World of the Buddha'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방역 조치 본격 완화 이후 처음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본받으려는 불자와 지역민의 발걸음이 대구경북 곳곳의 사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구촌은 여전히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대한민국은 물론 대구경북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이에 영남일보는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민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과학문명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가운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먼저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모든 분과 함께 봉축합니다. 금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인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을 음미해 보면 하나의 길을 볼 수 있습니다. 물질은 한계가 있습니다. 편리함도 싫증이 납니다.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에서 느리고 불편한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가끔은 전자 메일이 아닌 정겨운 손편지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결국 돌고 도는 게 세상사라 생각합니다. 천년의 세월을 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유행의 바람이 불지 않는 고찰을 찾아보는 것도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길입니다. 자비와 지혜의 부처님 전에 간절한 소망을 담은 연등을 마음으로 밝혀보는 초파일이 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경기불황 탓에 불자는 물론 대구경북민의 삶도 녹록지 않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지역민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고통을 느끼는 계층은 서민입니다. 어려울수록 남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금 기다려 보는 것입니다. 여유 있고 힘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도 있겠으나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나름대로 고통이 있습니다. 고통을 문제(problem)라고도 부릅니다. 문제가 없는 개인이나 가정은 없습니다. 거꾸로 보면 문제가 클수록 해결한 후에 얻는 기쁨도 클 것입니다. 자신의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처지에서 보면 그의 문제가 가장 힘든 문제입니다. 부자 나라인 미국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씩 욕망을 줄이고 문제가 해결될 그 날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생사문제를 해결하시고자 약속된 왕위를 버리고 출가수행 하셨습니다. 힘드실 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최근 계층·성별·세대 간 갈등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나 갈등과 대립은 있었습니다. 변증법적 논리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은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나 국가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서로의 양보와 타협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대립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이해를 돕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대립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서로의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지만,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바로 사랑과 슬픔의 자비정신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때 상대의 이익을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 자비입니다. 법구경에서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승리라고 하였습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지도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종교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종교인은 좀 더 멀리 보고 삽니다. 그러나 늘 자기 발밑을 잘 비추어 보라는 '조고각하(照顧脚下)'의 법문을 새겨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에도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생들의 행복과 불행이 바로 이 현실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분은 서민들이 고통받는 문제에 대해서 그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고 큰 정치인이 되려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사리사욕에 빠지면 국민이 불행해지며 자신도 큰 업을 짓게 됩니다. 당선 후에도 늘 초심을 잊지 말고 하심(下心)하여 겸손하면 공덕의 주인이 됩니다. 국민은 그런 지도자를 원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동화사에서는 어떤 행사를 마련했는지.
"크고 화려하고 거창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부처님의 참뜻을 받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대구불교총연합회의 지도자님들과 뜻을 모아서 행사를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습니다. 대구시 행사도 국채보상공원에 점등탑을 세우는 것으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축소하고, 일상에서의 마음 챙김과 명상을 홍보하는 행사와 초파일 오전 10시 '부처님 오신 날 봉축대법회'와 초파일 저녁 6시 '봉축연등 점등식'과 '제등행렬' 등이 있습니다."
▶동화사의 향후 계획은 무엇이고 시·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팔공총림의 최고 어른이신 방장예하(의현 큰스님)께서 30년 전 통일대불과 통일기원대전 불사를 성취하셔서 제2의 창건을 이루셨는데 이번에 방장예하 필생의 역점사업인 사명대사 구국 호국(救國 護國) 수장고와 구국 호국 교육체험관을 건립하는 데 심부름을 잘해서 동화사 제3의 창건불사를 원만히 성취, 후손들에게 이 시대의 유산을 물려주고자 합니다. 대구경북의 시·도민과 국민께서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당부드립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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