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10만원권 수표(手票)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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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4  |  수정 2023-05-24 07:02  |  발행일 2023-05-24 제27면

한동안 고액 거래의 주요 수단이었던 수표(手票)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9세기 무렵 이슬람 제국 아바스 왕조 시절 이집트 상인들이 처음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수표는 자기앞수표를 비롯, 당좌수표·가계수표·여행자수표 등 종류가 꽤 많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고 인터넷뱅킹과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일상생활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10만원권 수표 역시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쓰임새가 크게 줄어든 탓에 지금은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통량이 급감했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경우 1960~70년대에는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지폐 5천원권은 72년 7월에, 1만원권은 73년 6월에 각각 첫선을 보였으니 당시 10만원권 수표의 위상이 어땠는지 짐작할 만하다. 2009년 5만원권 지폐가 나오면서 10만원권 수표의 전성기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5만원권은 배서의 불편이 없는 데다 자금추적이나 부도 위험이 없기 때문에 수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및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이용 건수는 일평균 11만4천건으로 전년(14만5천건) 대비 21.6% 줄었다. 5만원권이 나온 2009년 307만3천건보다 17.8% 줄어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14년 만에 97% 급감했다. 이와 함께 일평균 이용금액은 지난해 110억원을 기록, 2010년 2천480억원과 비교하면 12년 만에 9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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