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3연속 동결…辛酸(신산)한 경제 현실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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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6  |  수정 2023-05-26 07:02  |  발행일 2023-05-26 제23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은 3연속 금리 동결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경기에 방점을 찍은 고육책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연내 금리인하설에 제동을 걸었다.

한은의 금리동결엔 녹록지 않은 경제 실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 4월에만 26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14개월째 무역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41% 급감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업황 개선 기미가 없다는 게 최대 딜레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미미하다. 올 연초 정부가 기대했던 '상저하고'는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금통위 회의 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데서도 우리 경제의 신산(辛酸)한 현실이 읽힌다.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의 한·미 금리 차도 부담이다. 금융 쪽에서 돌발악재가 터질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을 배제하기 어렵다.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여전한 데다 금리인상의 여파로 국내 은행과 2금융권의 연체율이 급등하는 추세다. 건설경기와 연계된 저축은행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잠재적 뇌관으로 꼽힌다.

세수 감소로 정부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은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성장률을 끌어올릴 방책이 규제 완화다. 하지만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선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규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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