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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대구시 북구 금호강 하중도에서 한 커플이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
"먹은 만큼은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최소 10만원은 냅니다."
대구 동구에 사는 직장인 양모(33) 씨는 각종 경조사 비용의 공식을 세웠다. '안 가면 5만원, 가면 10만원'이다. 물가 상승으로 오른 예식장 및 장례식장 식대 등을 고려하면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름 내놓은 해법이다. 양 씨는 "과거에는 친한 정도에 따라 금액을 고려했는데 요즘은 참석 여부가 금액 산정 기준이 됐다"며 "최근 주변에서 경조사 소식이 부쩍 늘면서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중에 돌려받는다지만 막상 결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조모(39) 씨는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조문한 뒤 부의금으로 20만원을 냈다. 조 씨는 "친밀도에 따라 조의금 액수도 달라진다. 기본 10만원이고 좀 친하거나 관계 정립이 필요한 사이일 경우 20만원까지 한다. 그렇다고 15만원을 할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요즘 경조사비도 인플레이션을 맞았다. 치솟은 경조사비에 허리가 휠 정도라는 서민들 사이에 "청첩장이 마치 고지서 같다"는 볼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뜸했던 결혼식이 증가하면서 축의금 논란이 일고 있다. 얇아진 지갑 탓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원을 냈다 선배로부터 밥값만 4만 5천원이라는 말을 듣고 민망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지인 결혼식에 배우자와 함께 참석하면서 10만원을 내고 눈칫밥을 먹었다는 글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축의금 논쟁은 기본적으로 예식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호텔 예식을 중심으로 밥값이 인상되면서 축의금도 덩달아 오르는 이른바 '축의금플레이션(축의금+인플레이션)' 현상이 만연하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신혼부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예식비용은 지난해 1천 278만원에서 올해 1천 390만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에 예식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국 예식장이 21% 정도 감소한 것도 비용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온 최모(여·28) 씨는 "결혼을 준비하며 대구지역 예식장들의 식대를 알아본 친구에게 물어 봤더니 1인당 4만원에서 6만원선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고 들었다"며 "안 가면 모를까 식권까지 받았으면 10만원은 기본이어서 솔직히 청첩장이 고지서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20~30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정 축의금은 평균 7만8천900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53.5%는 '10만원 미만', 45.3%는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이 적정하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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