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투자 혹한기의 이별법, 정리해고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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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07:41  |  수정 2023-05-31 07:41  |  발행일 2023-05-31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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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다. 이 통계가 아니더라도 업계에선 누구든 현시점이 '투자의 빙하기'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장 매출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고정비 절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중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인원 감축이다. 애초에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 주세요'라는 말을 대 놓고 한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법적으로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근로기준법에선 해고유형 중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 조항을 별도 두고 있다.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정리해고가 무효로 판단된다. 해고됐던 근로자가 모두 원직으로 복직함과 동시에 해고 기간에 급여를 모두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해당 요건을 숙지하고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첫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꼭 기업이 도산할 정도가 아니라도 장래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해당한다. 다만 적자 누적, 순익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기술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만약 매출이 감소해도 전체적인 회계지표상 상쇄가 가능하거나 재정악화 원인이 설비투자 등 인건비와 무관하다면 인정되기 어렵다. 정리해고를 하면서 다른 근로자에 대한 채용절차를 진행하거나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하는 등 모순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노력의 정도는 경영난 정도나 사업장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부분휴업, 임금동결, 신규채용 중단, 권고사직, 업무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해고 회피 노력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비정기 승진, 임원 보수 인상, 설비 투자 등 모순된 절차가 진행됐다면 해고 회피 노력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셋째, 해고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실무 사례에선 징계사실 유무·부양가족 등으로 기준을 정한 경우, 근무성적·상벌관계·경력·숙련도를 기준으로 정한 경우, 근속기간이 짧은 근로자를 우선 해고하면서 기술을 가진 자를 제외한 경우는 합리적이라고 인정한다. 반면 단순히 '근무태도'라는 주관적 평가에 좌우되도록 정하거나 특정 부서나 직무담당자에 국한해 일률적으로 정하는 등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면 문제 될 소지가 크다.

넷째, 해고 회피 방법과 해고 기준 등을 사업장의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근로자 대표는 노조가 있다면 노조,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 동의로 선출하면 된다. 실무에선 일방적 전달의 경우 유효한 협의절차로 보지 않으니 최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10명 이상 해고를 하는 경우 근로자대표와 협의가 완료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정리해고가 마무리되면 해고한 날부터 3년 내에 해당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는 해고된 근로자가 원할 경우 우선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선 재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회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유의해야 한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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