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컬 대학 지원금 3조원은 혈세, '애먼 돈' 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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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2 06:55  |  수정 2023-07-05 16:57  |  발행일 2023-06-02 제23면

지난달 31일 마감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공모에 대구경북에선 20개 대학이 신청했다. 올해 10개 대학 선정에 전국 108개교가 신청했다고 하니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이 된다. 권역별이 아니라 비수도권 전체 대상인 만큼 대구경북에선 몇 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에 지정될지 알 수 없다. 교육부는 이달 중 15개 글로컬대학을 예비 지정한다.

5년간 한 곳당 지원액 1천억원은 웬만한 4년제 대학의 1년 재정과 맞먹다 보니 각 대학이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위기의 지역대학으로선 획기적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신청 대학들이 대부분 혁신안으로 대학 간 통합 및 연합을 내세운다. 글로컬대학 지정이 획기적 지원책임엔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탈락 대학은 지정 대학과의 격차가 더 벌어져 향후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줄세우기 평가로 인한 대학 서열화 및 교육 획일화 우려도 나온다. 한계 대학에 혈세를 투입해 연명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글로컬대학 지원금이 결코 애먼 돈이 돼선 안 된다. 향후 4년간 선정될 30개 대학에 지원되는 3조원은 오롯이 국민 혈세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취지에 맞게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 지원금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책은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지금껏 미적댄 대학 간 통합이 왜 이제야 급부상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사후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실행 계획이 어긋날 시 지원을 중단하고, 사업비 환수도 검토해야 한다. 대학들은 20년 이상 앞을 내다본 장기 혁신안을 담아야 한다. 지원금은 대학 특성화 및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종잣돈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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