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교동법주 찹쌀로 빚은 '대한민국 최고의 민속주'…신라의 비주(秘酒)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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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3 13:19  |  수정 2023-06-03 13:27  |  발행일 2023-06-03
경주 최 씨 집안서 찹쌀로 빚은 대한민국 최고의 가양주 '교동법주' 시연
최경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세계적인 술로 계승 발전 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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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0년간 경주 교동법주를 생산해 온 경북 경주시 교동의 교동법주 제조장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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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50년간 경주 교동법주를 생산해 온 경북 경주시 교동의 교동법주 제조장 고택.

경주 교동법주는 조선 숙종 때 사옹원 참봉(궁중에서 음식을 관장)을 지낸 최국선(崔國璿)옹이 경주로 귀향해 사가에서 빚은 술이다.

최 옹은 현재 교동법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최경(崔梗)의 10대 조이다.

교동법주는 최부자 댁의 가양주로 350년의 역사와 함께한 우리나라 최고의 민속주다.

최부자 댁은 '육연(六然)'·'육훈(六訓)'의 가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9대 진사, 12대 만석으로 알려졌다.
교동법주는 최부자 댁 등 집안의 제사와 명절, 길흉사, 손님 접대에 사용했다.

육훈의 하나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가훈에 따라 최부자 댁 손님상에는 항상 교동법주가 올랐고, 오묘한 술맛으로 과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경주를 방문한 과객들이 교동 경주 최부자 댁에서 교동법주를 마신 것을 큰 자랑거리로 삼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교동법주가 1986년 국가무형문화재 '향토 술 담그기' 부문에 선정됐다.
전통 술의 제조 비법을 전승, 발전시킨 최 씨 집안의 며느리 배영신(裵永信) 씨가 교동법주 보유자로 인정됐다.

이후 2006년 3월 그의 아들인 최경 씨가 2대 보유자로 제조 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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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법주의 누룩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최경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옆에 부인인 서정애 이수자와 최석윤·최홍준 전수생이 빻은 밀과 멥쌀 죽, 우물물을 섞어 누룩을 만들고 이두열(뒤쪽) 전수생이 누룩을 만들기 위해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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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을 빻아 멥쌀죽과 우물물을 원료로 만든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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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 교동법주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누룩과 찹쌀죽, 우물물을 원료로 밑술을 담그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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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 담그는 모습을 관광객들이 관람하며 밑술을 담근 옹가지에서 향을 느끼며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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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준 전수생이 찹쌀 고두밥에 밑술을 넣어 덧술을 담그는 모습을 최경 보유자 부부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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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동법주 제품 사진.

교동법주는 토종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 구기자나무 뿌리가 담긴 앞마당의 우물물로 빚어낸다.
교동법주는 투명하고 노르스름하며 입에 착 달라붙는 찰기가 있다.

보통 술은 밀기울만 가지고 누룩을 만드는 데 비해 밀 전체와 쌀가루를 사용하는 점이 특이하다.

일반 술은 멥쌀로 만드는데 교동법주는 찹쌀을 사용한 만큼 고급술이다.

술은 그윽한 향에서 덕을 느낄 수 있고, 맑고 화려한 금빛에서 품위를 볼 수 있으며, 부드럽고 깊은 맛에서 최부자의 얼과 정성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

술의 특징은 누룩의 제조, 찹쌀의 사용, 재료의 배합 비율 등이다.
우리나라 토종 밀을 수확해 밀을 빻아서 멥쌀로 쑨 죽으로 반죽해 누룩 틀 밟기로 누룩을 만든다.

누룩은 지름 약 35㎝, 두께 1.5~2㎝의 원반형으로 만든다.
누룩을 띄울 때는 30~35℃를 유지한다.

교동법주는 밑술 담금과 덧술 담금 등의 두 번에 걸친 발효 과정을 거친 이양주(二釀酒)다.
덧술은 술의 알코올 도수를 16~18도로 높이는 과정이다.

밑술 담금은 찹쌀로 묽은 찹쌀죽을 만들어 빻은 누룩, 집안 샘물을 섞어 술 항아리에 담고 삼베 보로 덮는다.
밑술은 10일 정도 찹쌀죽과 누룩에 의해 발효돼 각종 균과 효모가 다양하게 어우러진다.

밑술 담금에 이어 덧술을 담근다.
덧술 담금은 찹쌀로 고들고들하게 지은 고두밥에 밑술과 정제된 우물물을 섞어 술독에 넣어 60일간 숙성시킨다.

교동법주는 밑술을 담고 덧술이 완성된 후 숙성기간을 거쳐 술이 탄생하기까지 100일이 걸린다.

최경 교동법주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술은 신라의 비주(秘酒)로 1천500년 전 중국 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기록된 법주와 찹쌀 등 재료에서 많은 연관성이 있다"며 "경주에서 빚어진 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최고의 명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통을 계승, 발전 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무형문화재인 '경주 교동법주 시연'이 1~3일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경북 경주시 교동 교동법주 제조장에서 관광객과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글·사진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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