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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논설위원 |
얼마전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임을 알리는 한 카페의 출입문 사진이 인터넷에 등장,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찬반 양론에 불을 지폈다. 처음엔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이라는 상세 설명 옆에 '반려견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란히 노출돼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을 상대로 희롱을 일삼는 나이 든 고객 때문에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었다는 단골손님의 해명이 전해지면서 일방적인 비난은 크게 줄었다. 지금도 여전한 '노키즈존(No Kids Zone)' 논란과 함께 새로운 갈등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특정 대상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업주의 자유인지, 아니면 인권 및 차별의 문제인지에 대한 격론을 양산하고 있다.
중년층 이상, 특히 어르신들은 노시니어존과 관련, 씁쓸함과 불만 그리고 아쉬움과 안타까움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굳이 안가면 그만이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도매금으로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꽤나 마뜩잖은 것이다. 여기엔 서러움과 서글픔도 녹아있다. 노키즈존의 경우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으나 2021년 전국을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찬성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상당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시니어존이든, 노키즈존이든 이른바 '진상손님'으로부터 비롯됐다. 장난이었다는 희롱은 범죄에 가깝다. 또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일방적이고도 몰지각한 배려요구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다른 손님의 시간과 돈을 빼앗고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다. '진상'이라는 표현이 사전적으로는 뚜렷하게 정의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질이 나쁘거나 고약한 사람(손님)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내로남불이 그렇듯, 진상은 자기가 진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다. 그리고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진상은 더 진상만이 제압할 수 있다'는 경험칙이 통용되기도 한다.
모든 게 상식이 무너진 결과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배려가 기본이다. 철없는 아이들이 떠들고 소란을 피울 수 있다고 쳐도 보호자는 이를 미안해하며 제지하거나 주의를 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진상들은 다른 손님이 지적하면 싸우려 든다. 업주가 부탁하면 갑질하기 일쑤다. 노시니어존 문제 역시 나이와 비용을 벼슬로 생각하는 진상들의 추태가 원인이다. 일상적인 반말에 적정 주문 없이 자리 차지해서 큰소리로 떠드는 등 사례가 넘쳐난다.
정치와 정치인이 학습시키고, 허접하거나 물러터진 법이 서포트한 탓에 진상은 곳곳에서 암약 중이다. 식당이나 카페를 필두로, 관공서·병원·학교·길거리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시공간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권리와 책임 사이에서 사회와 법이 방황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업주들은 해당 특정계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자위권을 발동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피해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나 양식 있는 부모들, 그리고 상식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미친다. 갈라치기가 횡행한 탓에 대립과 갈등은 일과가 됐고 권리만 강조하는 이기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진상'과 '생활 진상'만 사라져도 삶의 질은 훨씬 나아질 것 같다.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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