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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동법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최경(맨앞)씨가 누룩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부인인 서정애(최경씨 바로 뒷줄 왼쪽) 이수자가 전수생과 함께 빻은 밀과 멥쌀 죽을 버무리고 있다. |
지난달 한일 정상 부부의 만찬 때 올라온 술을 놓고 작은 논란이 빚어지면서 '진짜 천년고도의 명주'로 다시 주목받는 술이 있다.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 최부자집 가양주로 우리나라 최고의 민속주 중 하나인 '경주 교동법주'가 바로 그것이다. 경주 교동법주는 조선 숙종 때 사옹원 참봉(궁중 음식 관장)을 지낸 최국선(崔國璿)이 경주로 귀향해 사가에서 빚은 술이다. 주로 최부자집 제사를 비롯해 명절·길흉사·손님접대 때 사용됐다. 손님상에 오른 교동법주는 오묘한 술맛 때문에 과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최부자집은 '육연(六然)' '육훈(六訓)'의 가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9대 진사, 12대 만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3일 문화재청 후원으로 경북 경주 교동 '교동법주 제조장'에서 관광객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무형문화재인 '경주 교동법주 시연'이 열렸다. 교동법주가 국가무형문화재 '향토 술 담그기' 부문에 선정된 때는 1986년이다. 전통 술의 제조비법을 전승, 발전시킨 최씨 집안의 며느리 배영신씨가 교동법주 보유자로 인정된 것. 이후 2006년 3월 그의 아들인 최경씨가 2대 보유자로 제조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교동법주는 토종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을 사용한 고급술이다. 술맛의 비밀은 누룩의 제조, 찹쌀의 사용, 재료의 배합비율 등에 있다. 먼저 술을 빚기 위해 우리나라 토종 밀을 수확해 빻아서 멥쌀로 쑨 죽으로 반죽하고 누룩 틀 밟기로 누룩을 만든다. 누룩은 지름 약 35㎝, 두께 1.5~2㎝의 원반형으로 만들며 누룩을 띄울 때는 30~35℃를 유지한다.
교동법주는 밑술 담금과 덧술 담금 등 두 번에 걸친 발효 과정을 거친 이양주(二釀酒)다. 밑술 담금은 찹쌀로 묽은 찹쌀죽을 만들어 빻은 누룩을 섞어 술항아리에 담고 삼베 보로 덮는다. 밑술은 10일 정도 찹쌀죽과 누룩에 의해 발효돼 각종 균과 효모가 다양하게 어우러진다. 덧술 담금은 찹쌀로 고들고들하게 지은 고두밥에 밑술을 섞어 술독에 넣어 60일간 숙성시킨다. 교동법주는 밑술과 덧술을 담가 완성된 후 숙성기간을 거쳐 술이 탄생하기까지 100일이 걸린다.
최경 교동법주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술은 신라의 비주(秘酒)로 1천500년 전 중국 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기록된 법주와 찹쌀 등 재료에서 많은 연관성이 있다"며 "경주에서 빚어진 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최고의 명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통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송종욱
경주 담당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