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휩쓸리지 않고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는 것

  • 안효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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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6  |  수정 2023-06-06 07:42  |  발행일 2023-06-06 제17면

[문화산책] 휩쓸리지 않고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는 것
안효섭 〈큐레이터〉

갤러리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것이 투자하기 좋냐고 물어본다. 나는 예술작품의 본질적 목적이 아름다움이라 생각하기에 예술을 투자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예술품 중에는 비싼 것이 많기 때문에 작품의 미래 전망을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돼 투자성이나 숫자가 아름다움의 앞에 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이 뭐냐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을 때면 사람마다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이 좋은 예술 작품인지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최종적으로 나는 결국 본인이 좋은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1순위로 해준다. 수장고에서 작품을 모으는 정도가 아니라면, 대개 예술품은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감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만들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감상자와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특별히 마음에 든 작품과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은 우리 삶의 즐거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내 안목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내 눈에 좋은 것을 사서 낭패를 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보기에 좋고 가치도 오르는 작품을 찾으려면 매우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예술시장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는 하면서도 선뜻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데, 예술 작품이 많이 모인 아트페어를 가서 여러 작품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작가를 검색해 보는 것을 시작으로 해보면 된다.

초보 컬렉터인 경우, 내 눈에 멋진 작품을 만나면 바로 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검토하며 세부적인 것들을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세부적인 것들을 찾다 보면 점점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작가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는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작가가 사용한 방법과 주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작가가 사용한 방법은 어떻게 다른 작가와 구분되어 독창적인지 고민해 봄으로써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과정이야말로 살아있는 공부이고, 어렵지 않은 공부이다. 이 과정을 통해 좋아하는 것들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면 내 눈에도 멋지고 미래가치도 있을 작품을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

좋아서 샀는데 나중에 시장 가치가 오르는 것은 멋진 일이다. 또 좋아서 샀는데 시장 가치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그냥 볼 때마다 좋은 느낌이 든다면 그것 또한 멋진 일이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고, 좋은지도 모르겠으나 인지도만 보거나 남의 말만 믿고 작품을 사게 된다면 작품이 운 좋게 가격이 올라서 이득을 보더라도 쉽게 그 이득을 다시 잃을 수 있다. 남에게 휘둘려 산 것이므로 또 다른 남이 와서 투자를 속삭이면 휩쓸리기 쉽다. 감상으로 만족도 안 되고 미적인 안목도 키울 수 없다. 예술은 숫자로만 논하는 것이 아니다.안효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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