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3) 공간의 재탄생… 폐교가 여행 테마공간 된 구룡포도서관처럼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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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07:05  |  수정 2023-06-09 07:06  |  발행일 2023-06-09 제33면
재단장 통해 새로운 명소 된 곳 전국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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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학교 건물을 재단장해 조성한 포항 구룡포도서관의 내부 모습. 어린이와 어른들이 책을 읽고,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 방파제가 있는 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작은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포항시립구룡포도서관'이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방향을 튼다. 큰길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꽤 올라가다 보면 도서관이 조용하게 자리해 있다. 인생의 보석 같은 순간은 전혀 예상치 않은 '사이드웨이'(샛길)에서 발견된다고 했던가. 샛길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개 쭉 뻗은 큰길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큰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나만의 '비밀 공간'이 샛길 끝 어딘가에 숨어있을 수도 있다. 그런 곳에 바다와 도서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언덕에 있는 도서관 앞으로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와 함께 구룡포도서관의 또 다른 테마는 바로 '여행'. 도서관 3층에 있는 특성화실에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여행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여러 개의 책장에 여행 관련 책들이 한가득 꽂혀 있었다. 국내 여행지와 다른 나라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부터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까지…. 제목만 봐도 설렘이 느껴졌다. 오래 떠날 장기여행의 계획을 세우기에 도서관만큼 좋은 공간이 또 있을까. 창문 밖의 바다가 빨리 먼 여행에 나서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마르셀 프루스트) 도서관의 한쪽 벽에는 이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새로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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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도서관은 구룡포여중·여종고가 통폐합 후 폐교된 자리에 조성됐다. 통폐합 전 구룡포여중의 모습.


이는 구룡포도서관과도 잘 어울리는 문장이었다. 사실 구룡포도서관은 쓰임을 다해 문을 닫은 학교를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만든 곳이다. 오래되고 텅 빈 학교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새 단장을 해 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것. 실제 도서관 안팎에는 예전 학교였을 때의 공간적 특성과 기억이 남아있다. 한 공간의 끝(학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그 공간의 또 다른 시작(도서관)을 만들었고, 그렇게 과거와 현재는 공존할 수 있게 됐다.

오래되고 버려지거나 제 기능을 상실한 공간을 재생해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변신시킨 사례를 국내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건물이나 공간이 가진 서사를 간직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바꾸는 일, '재맥락화'의 개념을 노후화된 건물, 낡은 공간에 접목한 것이다. 철거하고 새로 지은 게 아니라 리모델링을 통해 옛 건물·공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장소들은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즐비한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휴식공간이 돼주기도 한다. 물론, 공간 재생의 효과와 방법, 방향성 등에 대해선 앞으로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재생 공간 중 세계적인 명소가 된 곳도 있다는 점은 '버려진 것들의 가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 세 번째 이야기는 '공간의 재탄생'에 관한 것이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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