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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
7년 전 문화기획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 발제자가 본인이 속한 기관의 상급자가 문화교육의 강사로 방송국의 유명 PD를 초청하자고 했을 때 강력하게 반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후 토론에서 그 자리에 함께한 대다수 문화기획자는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했다. 가까운 과거이지만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과 지역문화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적에 대중문화산업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방송인이나 대중예술인이 문화예술계에 입성하거나 융합하는 것을 배척하기도 했다.
이 발제자도 문화기획자 중에서는 국가대표로 꼽힐 만큼 유능한 사람이었지만 나의 견해는 정반대로 그 유명 PD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기획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를 방송 회차마다 제작해 방송이 끝나면 시민의 일상 속 유행이 되었다. 즐거운 재미뿐만 아니라 깊은 감동을 전하고,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문화기획자가 사업을 구상함에 꼭 필요한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기획자는 옳고 그름을 선택하기보다 의견을 넘어 편견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임에도 끊임없이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성공 여부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기에 늘 새로운 것을 찾고 고민하게 된다. 공공선을 추구해야 함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절대 선을 추구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입신을 위해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급진적으로 유행을 좇아가면 예술적 가치는 쇠퇴하고 본래 추구하려고 했던 목적과 자신의 정체성마저 잊게 된다.
운영 주체와 의견의 다양성에 따라 지난 위기를 이겨내는 결과도 다르다. 공연장, 스포츠, 영화관 중 공연장은 운영 주체별로 독립적인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어 선의로 경주했고, 스포츠는 구단별 경쟁을 비롯한 수많은 광고주가 함께해 경기장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반면에 영화계는 엔데믹 후 회복을 예상했으나 내리막을 계속 걷고 있다. 필자도 일주일에 1~2번은 영화관을 찾았는데 매년 오르던 가격이 이제 더 올라 여가가 아니게 됐다.
필자도 공연장을 찾아오는 관객을 위해 현재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더 나은 공연을 제작하고자 매일 노력한다. 평소 공연을 복기하며 자성할 때 읽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 중 안빈의 변으로 마무리한다.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당하는 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고, 과거와 현재의 생활에 대해서 참회적 비판을 사정없이 가해서 보다 나은 미래의 인을 짓는 것이야.'
김상욱<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김상욱 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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