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억압적 지배체제가 만든 역사 지식을 거부하라"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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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  수정 2023-06-09 08:55  |  발행일 2023-06-09 제16면
'역사 창조' 능동적 참여 일깨우며

행동하는 민중, 실천 역사학 강조

[신간]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억압적 지배체제가 만든 역사 지식을 거부하라
장 셰노가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쓴 목적은 현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저항세력들의 투쟁을 격려하고 민중이 '역사의 창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억압적 지배체제가 만든 역사 지식을 거부하라
장 셰노 지음/주진오 옮김/ 왜곡된 현실 '저항·투쟁' 당위성

1970년대에 출간된 역사학자 장 셰노의 책을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셰노가 제시한 문제의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셰노는 역사학의 학문 연구와 현실 정치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 왔던 전통적 사고를 부정하고 있으며,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고는 시간의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회귀적으로 작용'하며, 그것이 바로 역사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역사학의 역할은 미래로의 문을 활짝 여는 데 있다. 과거는 미래와 관련을 가질 때에만 중요한 것이며, 현실은 과거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에 의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역사 지식의 목적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실제적 행동이다. 역사는 역사학자들에게만 내맡겨지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치 권력을 매개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역사 부정론자들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절망이 깊어 갈수록, '역사에 대한 깊은 갈망'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솟아오르는 갈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적 행동이 요구된다. 이 책은 민중의 역사 실천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는 생수 역할을 할 것이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장 셰노가 이 책을 쓴 목적은 현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저항 세력들의 투쟁을 격려하고, 억압적 지배 체제가 만들어 놓은 역사적 지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역사를 역사학자들의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고, 민중이 '역사의 창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하기 위함이었다. 역사를 모르면 현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가 '현재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다가올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아는 것은 역사 창조의 입구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것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래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저자 장 셰노는 1922년 파리에서 출생해 2007년에 세상을 떠난 중국과 베트남 근대사를 연구한 역사학자다. 평생을 현실 문제에 직접 참여했던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프랑스인 최초로 중국과 베트남의 현대사를 전공하였으며, 그런 영향으로 열렬한 진보 지식인이 되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소르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68년부터 파리 7대학 역사학 교수이면서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를 겸임했다. 옮긴 이 주진오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35년간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난해 2월 정년 퇴임한 후 명예교수로 있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이며, 추가 진상조사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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