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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870년 6월9일 영국 소설가 디킨스가 세상을 떠났다. 디킨스가 남긴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지독한 구두쇠 영감이다. 스크루지는 자신이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는 꿈을 꾼 이래 대오각성의 깨달음을 얻는다.
스크루지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 큰 기부를 해서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남들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는 주제를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캐럴' 발표 이후 "메리 크리스마스!"는 지구 전체에 일반화된 성탄절 덕담이 되었다. 디킨스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애틋한 정을 나누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라는 인식을 인류에 각인시킨 큰 업적을 쌓았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그렇지만, 디킨스 소설에는 가난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동 노동의 참상을 다룬 '올리버 트위스트', 민중 폭동의 실상을 묘사한 '두 도시 이야기', 자본가와 공리주의 문제를 다룬 '어려운 시절'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지적하면서 개혁을 이야기하는 디킨스 소설의 경향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태동된 것으로 여겨진다. 디킨스는 12세 때부터 학교 아닌 공장에 다니면서 어렵게 살았다. 런던의 구두약 공장에서 보낸 길고 어려운 노동 체험은 어린 그에게 일찍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깨닫게 해주었다.
디킨스보다 1802년이나 아득한 옛날, 다만 월일만 같은 68년 6월9일 세계사의 폭군 네로가 죽었다. 네로는 엄청난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까지 죽이고, 로마에 대화재가 난 것을 크리스트교 신자들에게 덮어씌워 또 무수한 살상을 저지른 인물로 유명하다.
그런데 네로는 스스로를 시인으로 믿었고, 뛰어난 연극배우라는 자긍심을 가졌으며, 악기를 잘 다루는 예술가로 자부했다.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백성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선조도 중국까지 알아주는 서예가였다. 선조는 왜란 발발 직전 1천여 선비들을 반란 세력으로 몰아 처형했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김종삼)'을 추구하는 예술은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예술가에게는 '인간은 움직이는 흙집(정기상)'이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모든 자연은 그 자체로 자신만의 필연적 내용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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