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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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0 19:00  |  수정 2023-06-10 22:06  |  발행일 2023-06-11
하이브리드車, 처음으로 국내 중 5% 넘기며 인기

국내외에서 하이브리드車 내놓으며 선택 폭 넓혀

연비 탓에 '못생긴 차'→내연기관과 디자인 공유

브레이크 이질감도 대폭 개선되며 주행감도 살려

2025·2026년 각종 혜택 사라져도 인기 유지할듯

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인터넷 캡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중 5%를 넘겼다. 5월28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2천568만 대중 하이브리드 차는 127만8천132대로 집계됐다. 5%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하이브리드 차 판매량은 10만9천371대로, 같은 기간 전기차 누적 판매량 5만363대의 약 2배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구동방식 모두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 그랜저·소나타·아반떼, 기아 K8·K5 등 세단은 물론 현대 싼타페·투싼, 기아 소렌토·스포티지도 하이브리드 차를 생산하고 있다. 또 MPV인 카니발 역시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이 공개됐다. 기아 니로는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전기차 플랫폼으로 바뀌었지만 아이오닉도 초기에는 전기차와 일반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 종류로 출시됐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XM3 E-TECH 역시 고연비를 장점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일본 도요타·렉서스와 혼다, 독일의 벤츠·BMW·아우디와 포르쉐, 스웨덴의 볼보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에 내놓고 있다.

 

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인터넷 캡처

하이브리드 차는 두 가지 이상의 구동계를 사용하는 자동차다. 최근엔 흔히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한 자동차를 말한다. 하이브리드 차는 '회생제동'이라는 기술로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충전, 이 충전된 전기를 전기모터로 보낸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생기는 에너지가 마찰에 의해 열에너지로 사라진다. 그러나 전기모터가 있으면 제동에서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다. 전기를 활용하는 덕분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연료비는 낮춘다. 배기가스가 줄어 들어 저공해차로 구분, 각종 혜택도 받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모터와 배터리 활용에 따라 '풀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나뉜다. 풀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하이브리드로 흔히 HEV라고 줄여쓴다. 모터는 엔진이 완전히 꺼진 상태에서도 모터의 힘만으로 일정 속도까지 가속과 주행이 가능하다. 이 글에서 앞으로 언급될 '하이브리드'는 특별한 수식이 없다면 모두 이 풀 하이브리드를 말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는 모터가 시동 모터 역할을 겸하며 약간의 힘을 단순히 엔진에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즉 모터만으로는 구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비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다만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인 '스톱 앤 고(정지 상태에서 엔진이 자동으로 꺼졌다 출발시 엔진이 활성화되는 기능)' 덕에 탄소배출을 줄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전기와 화석연료 모두 주입할 수 있다. 즉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하고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수도 있다. 한편, 수소차라고 불리는 현대의 넥쏘 등도 정확하게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첫째도 연비 둘째도 연비
기자는 토요타의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를 2년째 운행하고 있다. 1997년 처음으로 발매된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현대적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다. 현대 아반떼와 같은 체급의 준중형이지만 해치백이다. 배기량은 1천800cc급이다. 기자의 프리우스는 4.5세대 2019년식 모델로 공인연비는 리터당 도심 23.3·고속 21.5km다. 연식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공인연비는 실제 주행연비보다 더 낮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프리우스를 비롯한 대부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공인연비보다 실제 주행연비가 더 높게 나온다. 

 

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지난해 10월 측정된 프리우스의 연비. 30분간 8.9km를 운행했고 평균 연비는 리터당 34.4km로 기록됐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하지 않는 등 '평범하게' 운행하면 30은 거뜬하게 넘긴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가장 못생긴 차 중 하나라고 전 세계에 소문이 난 도요타 프리우스. 사진의 프리우스는 2018년까지 생산된 4세대 모델이다. 5세대부터는 새로운 모습으로 생산된다.  <인터넷 캡처>

기자는 주로 출퇴근을 하는데 사용하며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30km 안팎이다. 주말이나 휴무에는 더 많이 운전을 하기도 한다. 공인연비와 달리 실제 주행연비는 리터당 33km 가까이 나온다. 한 달 연료비는 4만원 안팎이다. 기자가 프리우스 이전에 몰았던 자동차는 가솔린 내연기관 중형 승용차였고, 지금과 운행거리가 비슷했는데 당시 한 달 연료비는 9만원 정도였다.

전기배터리를 활용하다 보니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 연비에 신경 써서 운전하면 리터당 45km까지 나오기도 한다. 연비는 휘발유 1리터로 이동한 거리를 말하는 것이니 휘발유 1리터로 45키로미터를 간 셈이다. 휘발유 1리터가 1천500원이라고 가정하면 1키로미터를 이동하는데 33원을 쓴 셈이다. 내리막길 주행이 많을 경우 회생제동이 활발해져 운행 초기를 제외하곤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 배터리를 사용한다. 덕분에 계기판 표기상으로 99.9km를 기록하기도 한다.

사실 프리우스에서 연비 빼면 '깡통'이다. 연식변경과 신모델 출시로 편의장비가 점차 늘었지만 국산차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프리우스는 애초에 연비를 '잘 뽑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이니 이해가 된다. 해외 드라마에서는 프리우스가 택시 또는 우버 차량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 주인공 고등학생 클레이 젠슨이 부모님께 선물 받은 첫 자동차이다. 운행에서의 가성비 만큼은 좋은 자동차라는 의미다.

◆할 이야기는 오직 연비뿐? 다른 특징은
초기의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자동차는 연비를 택하고 멋을 포기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다. 바퀴가 작을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이 작은 바퀴가 차를 작게 보이게 했다. 또 유선형을 만들기 위해 지붕이 낮아지고 후드(보닛)가 짧아졌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크기인 준중형 자동차가 됐다.
 

연비 생각하면 역시 하이브리드…세금·주차 혜택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 측면과 후면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벳지. 최근 일부 자동차에는 이마저도 없어 하이브리드 자동차인지 내연기관 자동차인지 외관만으로는 구분하기가 힘들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그러나 요즘 하이브리드 차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차 뒷면 또는 옆에 'Hybrid'라고 적혀있지 않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분하기가 힘들다. 또 휠이나 그릴 모양이 같은 차종의 다른 구동방식의 자동차와 조금 다르다.

하이브리드 차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브레이크의 이질감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하다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만큼 당황스러운 일이 없다. '꿀렁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운전자에 따라 이 느낌이 굉장히 거북하다. 이 이질감은 사실 단점보다는 하이브리드 차의 특성에 가깝다. 게다가 2020년 이후 나온 자동차에서는 이 점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와 운전자들의 의견이다.

중형SUV 등 큰 자동차는 무게 탓에 주행 중 하이브리드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진이 작동되지 않고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상태여야 연비에 이득인데, 무게 탓에 큰 힘이 필요하니 곧바로 엔진이 가동되는 것. 특히 정지상태에서 '마음먹고' 전기모터로 어느 정도까지 주행하겠다고 가속 패달을 천천히 밟지 않는 이상 곧 가솔린 엔진이 작동한다. 그러나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주행, 특히 정체가 심한 구간이나 시간대에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으니 중형 이상 자동차가 갖는 공간성을 얻고 희생하는, 불가피한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의 NVH(차량의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수준이 상당하다. 과거 디젤 자동차가 '달달달'거리는 엔진소음과 그 진동이 운전자와 승객에게 여과 없이 전해졌지만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NVH 관리가 굉장히 잘 돼있다고 평가 된다. 또 스톱 앤 고 기능도 있으니 연비와 NVH 관리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이 탓에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점으로 '조용함'이 희석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행하는 한 운전자는 "차 내부가 조용하니 오히려 주행 중 외부소음이 들어와 거슬린다"고 전했다.

◆세금 낼 때, 주차할 때 할인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는 개별소비세를 100만원 감면 받을 수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개소세 인하를 종료했지만, 하이브리드 차 등 친환경차의 개소세 감면은 계속된다. 취득세 혜택도 있다. 취득세가 40만원 이하면 2024년까지 면제되고 40만원을 초과하면 2024년까지 취득세액에서 4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구매시 보조금 혜택은 2020년 폐지됐다.

공영 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의 절반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대구시의 경우 최대 6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전기자동차와 발리 번호판이 일반 내연기관과 같아 자동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 주차관리인에게 저공해 자동차 주차 요금할인을 요구해야할 때도 있다. 또 일부 기관에는 친환경차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어 이 공간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권고일 뿐,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차해도 단속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최근 새 자동차 구입을 고려 중인 직장인 A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는 "도심 주행이 많고 여러 혜택이 있어 하이브리드 차를 구매할 생각"이라며 "전기차 역시 혜택이 많지만 충전 이슈 등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05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를 저공해차·친환경차로 포함해 지원했으나 차종 다양화·충전인프라 확충 등 보급환경 개선에 맞춰 구매보조금·세제지원 등 혜택을 전기차와 수소차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저공해차에서 해제돼 각종 정책적 혜택이 사라진다 해도 연비라는 고유의 장점은 계속 유지된다.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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