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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과 귀에 정보를 마주하더라도 선별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삶에 필요한 정보임에도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놓치거나 무의식중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공급하는 정보는 타자가 나의 정보를 선별해서 습득하길 원한다. 시간이 흐르고 과거에 잊어버린 정보를 다시금 접할 때면 본인에게 응용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대구예술발전소 3층에는 '열린 수장고'가 있다. 지역의 문화공간에서 언제나 구독할 수 있는 '월간 대구문화'를 출간하는 대구시 문화예술기록팀에서 본래의 업무와 더불어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개관 후 인사 겸 일상적인 관람을 위해 방문했는데 팀장님과 직원분들이 직접 개관 과정부터 전시 공간과 내용을 한 시간 넘게 낱낱이 소개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은 전시는 1.5세대 음악학자 겸 작곡가 김진균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6·25전쟁 중 대구에서 오페라 '춘향전' 공연이 열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구 최초 전문 작곡발표회가 열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음악예술의 이해' 저서는 필자의 음악대학 재학 중 음악통론 수업 교재였고, 김진균 선생님의 딸인 작곡가 김은숙 선생님은 작곡과 교수였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재직 당시 연극과 클래식을 접목해 김진균 선생님의 생애를 조명하는 공연을 계획하였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기획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됐다. 김은숙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지역 연출가·작가·연극배우와 생애를 연극으로 제작하고 지역 지휘자·작곡가·성악가·오케스트라와 함께 기존의 피아노 버전과 오케스트라로 확장한 버전을 공연했다.
전시를 방문했을 때 문화예술기록팀의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단순한 전시 관람으로 기억의 한편에 흘려보냈을 것이고, 공연을 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며 변함없이 본분에 충실한 모습과 때론 새로운 문화를 개척하는 모습 속에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다. 필자도 올해부터 서구문화회관에서 기획과 홍보를 병행하면서 업무적인 채널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바람은 소속·나이·전공 등 어떠한 단어로 계층을 구분 짓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커뮤니티가 생겨나 예술 현장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분들을 초청해 궁금했던 학문을 배우고 지역 사회 이슈에 대해 의제를 설정하고 토론해 보기도 하는 자유로운 정보 교류의 장을 만들어 더 많은 배움의 시간이 있기를 기대한다.김상욱<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김상욱 대구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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