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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훈 문화부기자 |
2018년 4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일본의 가와우치 유키 선수가 깜짝 우승을 거머쥐었다. 놀라운 점은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가 전문 육상선수가 아닌 일본 교육행정직 공무원 출신의 아마추어였다는 점이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아마추어는 프로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
202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체코 야구 대표팀 역시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의사와 교사, 소방관 등 아마추어로 구성돼 있었지만 세계의 야구 강국들과 나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수많은 야구팬에게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이 같은 아마추어의 성공 스토리를 들춰낸 이유는 최근 미술 비전공자로서 전업 작가가 아닌 분들의 전시를 볼 기회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술에 대한 이론적 바탕의 부족함을 인식하면서도 남다른 열정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었다.
화가로서 해당 작가들이 맞이한 창작환경은 적대적이었고 오롯이 화업(畵業)에 집중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였다. 가족을 위한 생계 활동에 주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가정형편 등으로 인해 중년이 되어서야 미술에 입문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유수의 미술대학을 나온 기성 작가들 사이에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이도 있었을 정도로 소외감에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생전에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는 백남준 작가의 말처럼 늦깎이 작가들은 거침없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해당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나름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들이 듣기에 거창한 철학을 투영하거나 세밀하고 화려한 기법을 적용하지는 않더라도 예술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민중의 삶과 정서가 스며든 그들의 작품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인간애도 느낄 수 있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지금도 지역의 수많은 문화센터와 미술 교육기관을 통해 새내기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자의 예술적 역량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동경하는 미(美)의 실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삶의 현장에서 짬짬이 틈을 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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