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K '공천 학살' 안 되지만, 무능한 현역까진 보호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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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7  |  수정 2023-06-27 06:49  |  발행일 2023-06-27 제23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어제 "지난 총선 공천만큼 무원칙 공천은 없었다"면서 "사심 없이 걸러내고, 신선한 인재를 찾고, 제대로 된 공천을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의 주장 속에 TK 공천의 딜레마가 다 들어있다. '무원칙 공천'의 문제점에 방점을 찍은 듯하지만, 실은 '사심 없이 걸러내고' '신선한 인재를 찾고'에 눈길이 머문다. 홍 시장이 'TK 물갈이'에 관심 있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반면 현역 의원 대부분은 '공천 학살설'에 발끈한다. 민심은 다르다. 현역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무원칙한 낙하산 공천도 안 되지만, 민심도 외면할 수 없다. '비TK 그룹'이 TK 공천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긴장감이 더하다. 가만히 있다가 당하지 말고 대구경북 정치권이 먼저 '원칙 있는 공천'의 기준과 대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총선에서 TK 의원 교체율은 절반 안팎이나 된다. 현 의원 25명 중 14명이 초선이다. 공천 경쟁이 본선과 다름없으니 대구경북의 선거는 일찍 찾아와 일찌감치 마무리된다. 경선조차 건너뛰고 바로 낙점되기도 한다. '검사 공천 없다'고 김기현 대표가 수차례 공언했지만 의원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검찰발 낙하산은 텃밭을 향할 수 있다.

초선과 중진의 역할은 천양지차다. 공천 학살이 TK 의원 선수(選數)를 낮춘 제1 요인이었다. 의원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하면 지역 현안은 누가 챙기나.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도 버겁다. 공천이 곧 당선이니 위만 바라보는 습성이 낳은 결과다. 지역민의 의사가 철저히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으로 경쟁을 붙이는 게 TK 정치 토양을 회복하는 첫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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