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급여 편법·반복수급 막되 지급액은 줄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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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4  |  수정 2023-07-14 07:05  |  발행일 2023-07-14 제23면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지급액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업급여가 실직 근로자의 생계안정 및 재취업 촉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부정 수급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것.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실업급여와 관련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업급여 수급자 대다수는 실업난에 고통받는 고용 취약계층이다. 그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당정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실업급여 하한액이다. 최저임금의 80%인 하한액(월 184만7천여 원)이 세후 최저임금 소득(월 180만원)보다 많은 경우가 발생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시적 기간(4~9개월)에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노동자 최저 급여와 단순 비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당정의 검토안대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60%(월 138만5천여 원)로 낮아지면 취약계층의 구직 활동과 생계 유지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고물가시대에 재취업 지원이라는 실업급여 취지를 살리려면 하한액은 그대로 유지하되 수급 요건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맞다. 특히 부정수급부터 철저히 차단하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과도한 반복 수급도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 빈틈 투성이인 고용안전망을 그나마 메워주는 게 실업급여다. 여론몰이식으로 급하게 뜯어고칠 일이 아니다. 야당과 노동계를 비롯한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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