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학가산 국사봉에 제5의 진흥왕 순수비 있었을 가능성 있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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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8  |  수정 2023-07-18 08:37  |  발행일 2023-07-18 제21면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 주장

국사봉 신라의 고비

북한산 순수비에선

연습용으로 새긴 글자 확인
안동 학가산 국사봉에 제5의 진흥왕 순수비 있었을 가능성 있다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가 경북 안동 학가산 국사봉에서 동서 방향으로 크고 작은 브이(V)자형 홈에 신라 비석이 꽂혀 있던 자리를 확인하고 있다. <박홍국 교수 제공>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와 경북 안동 학가산 국사봉 신라 고비(古碑)에 '연습각자(練習 刻字)’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습각자는 서예가들이 글을 쓰기 전 먹이 얼마나 번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을 찍어 보는 것처럼 비석에 한두 글자를 연습용으로 새긴 글자를 의미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향후 비문을 연구하거나 해석하는 과정에서 연습각자로 인한 오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안동 학가산에도 진흥왕 순수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안동 학가산 국사봉에 제5의 진흥왕 순수비 있었을 가능성 있다
안동 학가산 신라 고비(古碑) 하부에 새겨진 명문. 박홍국 교수는 이 글자를 연습각자로 파악했다.
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는 최근 영남일보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국보 3호) 왼쪽 여백에 '지(智)'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공개하면서 "왼쪽으로 약 10도 정도 기울어진 모습인데, 연습각자로 분류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를 새긴 각자공(刻字工·비석에 문장을 새기는 장인)이 원문을 새기기 전 ‘지(智)’ 자를 선택해 연습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발견되는 비석 중에는 이처럼 연습각자가 가끔 확인되고 있으나, 대부분 연구자들은 비문의 일부로 보고 해석하는 바람에 원뜻이 훼손되거나 학자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안동 학가산 국사봉에 제5의 진흥왕 순수비 있었을 가능성 있다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 탁본. 왼쪽 사각 테두리 안에 '지(智)' 자가 새겨져 있다. 박홍국 교수는 이 글자가 연습각자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e뮤지엄 탁본 부분 전재
연습각자의 존재는 안동 학가산 국사봉 신라 고비에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13년 3월 장두강 전 길주초등학교 교장의 안내로 국사봉에 올라 비석 최하단부에 판독 불능의 명문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안동시 학가산 국사봉 정상 추정 고비(古碑) 하단부 확인 보고'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해 6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이 비석이 꽂혀 있던 자리(약 103×18.5㎝)를 실측했고, 신라 고비 하단부는 안동시립박물관에 수장했다. 박 교수는 "비석 왼쪽에 꽂힌 부분에 남아 있는 이 명문은 판독 여부와 상관없이 연습각자임이 확실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글자인지는 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영남문헌연구원이 발간한 '학가산 유람록' 중 조선 중기 노경임(1569~1620)이 언급한 부분이 주목된다. 노경임은 “암벽의 틈 사이로 오르니 그 위에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수 있었다. 돌을 쌓아 대(臺)를 만들었는데, 대 위에는 겨우 한 자쯤 되는 부서진 비석이 있었다. 글자의 자획이 마모돼 알아보기 어렵고 오직 '회창 11년(會昌 十一年)'의 서너 글자뿐이다. 회창은 중국 당나라 무종의 연호"라고 했다. 또 조선 후기 김진귀(1779~1855)가 “비석이 깨지고 이지러져 분간하기 어려우나 ‘태창 진흥왕(太昌 眞興王)이란 몇 글자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신라 때의 고적"이라고 쓴 글도 있다. 박 교수는 김진귀의 지적을 근거로 국사봉에 진흥왕 순수비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한국목간학회가 발간하는 목간과 문자(30호)에 '신라 비석에 남아있는 연습각자'란 제목의 논문을 곧 실을 예정이다. 박 교수는 "연습각자를 중점적으로 다룬 국내 첫 연구 논문으로 그 의미를 두고 싶다"며 "앞으로 새로운 비석이 발견됐을 때 비문으로 오인해 해석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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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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