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전세사기'도 사회적 재난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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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7  |  수정 2023-07-17 07:02  |  발행일 2023-07-17 제26면

[하프타임] 전세사기도 사회적 재난
박주희 정경부기자

지난달 대구 달서구 진천동 나홀로아파트 전세사기 의심 피해에 대한 기사를 세 차례 보도했다.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면서 전 재산과 같은 전세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서 너무 힘겹다고 말하는 피해자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부동산담보신탁과 연관돼 있었다. 피해자들이 전세로 들어올 당시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높고 매물도 귀한 시절이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문제였을 수도 있었다.

이 사건의 한 피해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전세를 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사기성이 짙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막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바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다. 더 비싼 가격에 사 줄 '다른 피해자'의 존재만이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해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그는 이어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계약자 본인 책임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전세사기 의심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임대차 3법 등 그 책임이 온전히 피해자만이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기 양형이 너무 낮아 사기가 학습되고 양산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 사회는 전세사기 등 각종 사기 피해 사례가 늘고 있고 그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건화되지 않는 작은 사기 피해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한 가족의 삶을 멍들게 하며 사회 전체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도 초범의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는 등 사기 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고 사기 재범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의 '재범자 재범종류 및 기간'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사기 범죄 건수는 7만1천862건이고, 이 중 동종 재범 건수가 3만553건으로 전체의 42.5%를 차지했다. 사기 범죄의 동종 재범은 주기도 짧은 편이다. 사기 범죄 피해금액의 회수율이 높지 않은 것도 사기 범죄를 다시 저지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기는 흔히 '경제적 살인'으로 불린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기 양형 강화와 피해금액 회수와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지 대책 및 처벌, 단속에 대한 고민과 실행력이 필요해 보인다.박주희 정경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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