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극기 물결로 광복절 맞이했으면

  • 김한기 (구미노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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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  수정 2023-08-14 08:35  |  발행일 2023-08-14 제19면

[기고] 태극기 물결로 광복절 맞이했으면
김한기 (구미노인대학 학장)

광복절은 우리 한반도가 일본의 악랄한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는 과거 36년 동안 일본의 압제하에 나라의 글을 빼앗겼으며 창씨개명으로 이름까지 쓰지 못했다. 피땀 흘려 지어놓은 농사는 공출이란 이름으로 수탈 당해 배고픔의 세월을 보냈다. 마을의 어린 처녀들은 일본군의 정신대란 이름으로 끌려가 처참한 인간 노예가 되었고, 장정들은 징용으로 포탄과 군량미를 나르다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온갖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1945년 8월15일 마침내 우리는 광복의 기쁨을 맞이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두 토막으로 나뉘어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군이 주둔하여 군정체계하에 놓이게 되었다. 38선이 생기고 분단국으로 살아가는 비운의 나라가 되었으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는 결국 동족상잔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몰고 왔다.

수많은 젊은이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나라는 온통 폐허가 됐다. 6·25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풍요롭고 힘센 나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오래전 필자가 몸담고 있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부산에 있는 베트남 난민촌에 위문품을 전달하러 간 적이 있다. 판잣집 문을 노크하니 한 여인이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다. 위문품을 전달하고 나서 "지금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며 질문했더니 "내 조국 베트남 땅에 국기를 꽂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그 여인은 좋은 음식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더 괜찮은 주거환경도 아닌, 나라의 국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 조국의 국기를 원했던 것이다.

필자는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아침 수업 모습을 참관한 적이 있다. 어린이들이 교실에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교실 앞면에 걸려 있는 국기를 향하여 가슴에 손을 얹어 경례를 하고 자리에 앉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국경일이 아닌 데도 1년 내내 거의 모든 가정에서 국기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한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거나 결혼기념일인 경우, 심지어 유학 간 자녀가 돌아오는 날 등 경사가 있을 때면 국기를 높이 다는 것을 풍습으로 삼아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도 국경일이면 나뭇가지나 전주 같은 곳에 자국의 국기를 단다. 유럽 선진국은 타국의 국기가 길바닥에 버려져 있으면 밟지 않고 수거하여 가까운 관공서에 맡기거나 불태워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태극기의 사후 처리는 어떠한가. 행사가 끝난 후 태극기를 길바닥에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일은 없는지, 오늘날 우리의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어떤지에 대해 반성해 보자.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모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전국 방방곡곡에 태극기 물결이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김한기 (구미노인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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