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권 카르텔 건설환경 병폐 폐기돼야

  • 강대식 <국회의원·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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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3  |  수정 2023-08-03 07:05  |  발행일 2023-08-03 제21면

[기고] 이권 카르텔 건설환경 병폐 폐기돼야
강대식 <국회의원·국토교통위>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발주한 인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이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LH가 발주한 공공주택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량판으로 시공된 단지 91곳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15곳에서 설계·시공 오류 등의 원인으로 비슷한 부실이 확인됐다. 한 단지는 필요한 철근 154개 모두를 누락했을 정도로 충격을 주고 있다.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이 바로 콘크리트 천장을 지지하는 구조'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그동안 아파트 등의 주거 건물에는 사용을 꺼려왔지만, 2017년부터 공사비 절감, 내부공간 활용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무량판은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콘크리트 천장이 뚫리는 것을 막으려면 기둥 주변에 철근을 여러 겹 감아줘야 한다.

무량판 부실 시공은 이권 카르텔의 실체로 부각되고 있는 LH 퇴직자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중대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즉 LH에서 퇴사한 이들이 설계 및 감리 업체에 재취업해서 LH 발주 공공주택 부실공사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15곳 단지 중 14곳의 설계사에서 LH 퇴직자들이 근무 중이거나 고위직을 지낸 전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사의 경우 LH가 직접 감리한 5곳을 제외한 10개 단지 중 7곳에 LH 출신 전관이 고위직으로 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하에서는 정밀한 설계, 철저한 시공, 꼼꼼한 감리가 뒤따라야 하고 발주처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지연·학연, 비용 절감 등 우리 사회의 만연한 나쁜 관행이 허약한 건설 시스템하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탐욕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다.

1만1천168세대 부실 아파트의 입주민이나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파트에 어떻게 사느냐, 보강공사를 한다고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며 불안을 호소한다. 특히 파주 공공임대 아파트에선 '철근 누락 보강공사'를 진행함에도 입주민들에게는 '도색작업을 한다'고 거짓말을 해 불신을 자초했다. "시공사와 감리사의 과실"이라는 LH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는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 눈에 띄는 큰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300여 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29번의 인적·물적 손실이 발생하며 이것이 쌓여 하나의 큰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와 인천 아파트 주차장 붕괴가 있기까지 전조 현상이 건설 현상에 도사렸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이미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여타 단지에는 과연 이러한 부실 시공이 없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치욕을 겪으며 건설 현장에서 부실 시공 방지에 전력을 쏟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 약속과 대책 수립, 책임자 처벌 등을 이행했지만 후진국형 부실시공을 퇴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근시안적인 대책 수립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잔존 병폐를 청산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건설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암세포처럼 자라난 안전 불감증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아파트 불량' '국민 불안' '입주민 불만'의 3불을 폐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대식 <국회의원·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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