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문협회 연차총회,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과 정책을 논하다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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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3 15:11  |  수정 2023-08-04 08:50
■한국신문협회 기고문

6월28~30일 대만 타이페이 세계신문협회 연차회의 참석 후기
세계신문협회 연차총회,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과 정책을 논하다
구글의 리차드 깅그라스 뉴스 부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제공
세계신문협회 연차총회,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과 정책을 논하다
영남일보 박준상 기자
제74차 세계신문협회(WANIFRA) 연차총회가 6월28~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뉴스 비즈니스 모델 △뉴스룸 혁신 전략 △허위조작 정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생성형 AI와 저널리즘' 그리고 언론 자유 등 우리 언론계 전반과 개별 언론사가 눈여겨 볼만한 이슈도 적지않았다.

세계적 미디어그룹과 통신사, 구글 등 IT플랫폼 기업들은 저널리즘과 새로운 기술에 대처하는 방안을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독자 데이터 분석으로 디지털 혁신
세계신문협회가 개최한 총회지만신문, 정확히는 지면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없었다. 지면에 대한언급은 "발행 부수와 지면 광고수익이 감소했다" "신문 독자가 줄었다"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국내외 미디어가 수년간 주장해온 디지털 퍼스트의 당연한 결과다.

이번 총회에서는 일본의 경제지닛케이와 아르헨티나의 일간지 클라린(Clalin)이 온라인 유료 구독모델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로 연착륙한 경험을 공유했다.

1876년 창간한 닛케이는 오랫동안 내수 시장과 지면 사업에 의존했다. 그러나 고령화·인구감소라는 문제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았다. 닛케이는 디지털 미디어로 성공적인 혁신을 이룬 파이낸셜 타임스를 2015년 인수하고 최근 AI 플랫폼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했다.

다이스케 아라카 닛케이 전무이자 파이낸셜 타임스 이사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체 구독자 중 80%가 디지털 구독자며 디지털 분야 광고가 전체 광고의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독자적으로 이용자 참여 툴을 개발, 독자의 선호도 통계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닛케이는 또 싱가폴의 AI 기업 '핸드쉐이크스(Handshakes)'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스카우트 아시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닛케이는 아시아 26개국의 공공 기관 및 기업들의 산업 정보와 뉴스들을 AI 기술을 활용해 수집·분석하고 보고서로 제작,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아르헨티나의 클라린은 구독모델과 다양한 수익원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 클라린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중 19% 정도인 유료 구독자와 가입회원에서 발생되는 수익이 전체
뉴스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경제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클라린은 구독료를 1년간 여섯 차례나 인상했다. 콘텐츠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클라린은 '페이월(paywall, 유료구독을 해야만 콘텐츠에 접근할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을 조심스럽게 다룬다. 특히 10대가입자에게는 페이월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가입과 충성도를 유지시키고 미래에 경제활동을 하게 됐을 때, 유료 구독자 가능성과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다.

클라린은 또 부동산 포털을 운영하고 축구 게임에 투자하는 등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이러한 새로운 사업은 모두 신문 구독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생성형 AI는 미디어에 기회와 위기
생성형 AI라는 최첨단 기술 앞에 언론 정책과 미디어 산업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보이는 듯하다. 언론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기술 발전은 빠르다. 일부 언론사는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데이터 활용이나 인터랙티브 등 어느 정도 보편화된 기술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이 열광하고 투자한 기술이 짧은 유행에 그치면 문제가 된다. 2021년 세계를 휩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그리고 NFT는 지금 어떻게 됐나. 여전히 대중들은 이들의 효용성과 실체에 대해 의심한다. 그러나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곧 '잭팟'이 터질지도 모른다.

이번 총회에서 생성형 AI에 대한논의는 극단적이었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발언자가 있었던 반면, '가짜뉴스' 양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AI가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언론에게 달렸다.

포털을 포함해 각종 뉴스 또는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갈등 또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없다면 앞으로 의 정책들은 언론사들을 옭아매는 규제가 될지 모른다.

리차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 부사장은 기조발언에서 "사회의 미디어 정책은 하나의 기업(구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 미디어 정책은 우리 언론을 포함한 사회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 언론이 활동할 환경을 언론 스스로 만들려면 우리가 정책과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각 언론사는 어떤 기술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어떤 정책 이슈를 선점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어떤 아이템으로 기사를 쓸 것인가'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술로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에 서 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3 세계신문협회 총회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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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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