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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인재 대표 |
'노잼 도시'의 '노잼'은 '재미가 없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다. '노잼 도시' 화두는 2017년 초 '지인이 대전에 온다면' 결국은 '성심당' 갔다가 헤어지는 코스밖에 없다는 SNS에 올라온 손글씨 게시물이 모방과 확산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창인 2022년 봄, '노잼의 도시 대전 이미지 탈출'은 대전시장 후보자들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였다. 당시 광주시장 선거를 달구고 있는 키워드도 '꿀잼'이었다. 시장 후보자들은 저마다 '재미있는 도시'를 위한 구상을 내놓았다. 울산시장 후보자들의 '노잼도시' 탈피를 위한 공약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청년들의 '탈(脫)울산'의 원인으로 일자리, 교육과 함께 '노잼'을 주목하였다.
언론, 공무원, 정치인들은 '노잼 도시'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관광객 감소, 청년 유출 등 도시경쟁력에 손실을 미칠 것으로 크게 우려한다. '노잼도시 이미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대부분 새로운 축제를 개최하거나, 색다른 거리를 조성하는 문화·관광 정책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이는 방문자들이 '노잼 도시'를 확인하고 서둘러 떠남으로써 계속 '노잼 도시'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갈 만한 곳이 없어서 혹은 재미있는 장소가 없어서 '노잼 도시'가 아니라, '노잼'이란 장소적 특징에서 파생되는 다른 관계와 체험, 그리고 기억이 없어서 '노잼 도시'가 된다." '대전은 어떻게 노잼 도시가 되었나'라는 연구논문의 의견에 공감한다.
'장소'는 공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식되고, 새로운 만남과 색다른 시간으로 경험된다. 즉 우연한 '마주침'이 촉발하고, 다양한 '어우러짐'이 생성될 때 비로소 장소는 나에게 의미 있는 '나의 장소'가 되고 '나의 도시'가 된다. '인간답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다. 인간답다는 말은 곧 자신의 장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장소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장소와 장소상실'의 저자 토론토대학 지리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렐프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도시가 바로 '유잼 도시'가 될 수 있다. 테마파크, 복합쇼핑몰이 새로 들어선다고 해서 '유잼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소'의 독특하고 본질적인 특성을 찾고, 그 특성과 맥락이 닿는 삶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삶에 의미 있는 장소를 창조할 수 있다. "꿀을 발라 놓았나?"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당신이 즐겨 찾는 골목카페, 동네서점, 동네빵집, 노포식당, 산책길만 있어도 그 도시는 당신에게 '꿀잼 도시'가 될 수 있다. '지인이 대구에 온다면' 나는 함께 갈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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