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 식구 감싸는 지방의회 징계…윤리특위는 폼으로 있나

  • 논설실
  • |
  • 입력 2023-08-09  |  수정 2023-08-09 07:00  |  발행일 2023-08-09 제27면

이럴 거면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는 왜 뒀나. 대구 중구의회는 지난 7일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배태숙(국민의힘) 부의장 제명에 관한 건을 부결했다. 앞서 이 의회 윤리특위의 '제명' 처분과 달리 '30일 출석정지'의 경징계를 내린 것.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들어도 싸다. 배 부의장은 지난달 19일 감사원 감사 결과 유령회사를 통해 중구청과 총 8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오성 중구의회 의장은 "배 부의장과 유령회사 간 인과관계는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가 증거가 나오면 그때 징계하면 된다"고 말했다. 궁색한 입장이다. 배 부의장도 "수의계약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수의계약 매출분은 기부하겠다"고 했다. 하나 마나 한 사과다.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관련 법을 어긴 의원조차 따끔하게 징계하지 못하는 의회에 지역 주민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 윤리특위가 이토록 유명무실한 기구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지 않나. 시민 혈세가 아깝다. 시민단체 말마따나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에 다름없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2년이 됐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사회적 불신감은 여전하다. 주민들로부터 존경심은커녕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 혁신은 의원 스스로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이는 데서 시작한다. 의회 윤리특위의 경우, 시민활동가·전문가 등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그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잘못을 한 의원에게 정당한 징계를 내리기 위함이다. 그러지 않고선 혁신은 공염불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