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만금 잼버리 미스터리, 장소선정에서 예산 유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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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9  |  수정 2023-08-09 07:00  |  발행일 2023-08-09 제27면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결국 중도 하차했다.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해 놓고 이렇게 처참하게 끝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숱한 말들이 나오지만 전북 부안군 하서면의 새만금 잼버리는 애초 장소 선정부터 무리했다. 기본적으로 4만3천여 명의 청소년이 12일간 머물 야영지로서 갯벌 새만금을 지정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 선택은 아니었다. 미국과 영국의 스카우트 팀들이 새만금 조기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폭염 때문이 아니라 위생 문제였다. 새만금은 조그만 비에도 물이 차올라 텐트를 칠 때 미리 바닥에 플라스틱판을 덧대야 했다. 숙영(宿營)의 기본이 굳고 마른 땅을 찾는다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선택한 야영지가 됐다. 새만금은 나무 하나 없는 곳이다. 전라북도가 야심 차게 대회를 꼭 유치해야 했다면 덕유산 무주가 차라리 나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30여 년 전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치러진 잼버리는 성공하고 새만금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성 잼버리 당시 주무 부서이던 체육청소년부의 박철언 장관은 강원도 현장을 20여 차례 다녀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와 현 정부는 이 점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이미 '2022 새만금 프리 잼버리 대회'가 갯벌의 불안전성으로 취소된 바 있다. 전조가 있었다는 의미다. 1천억원 이상 예산을 받고도 배수시설, 샤워장, 지휘부 공간이 엄청 열악했던 점도 추후 복기해 봐야 한다. 잼버리 대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기본 원칙을 도외시한 판단, 안이한 준비, 핑퐁식 책임 떠넘기기로 얼룩지고 있다. 다시는 이 같은 '대형 사고'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행사의 처음과 끝을 되짚는 백서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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