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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으로 지구 가열(Global Heating) 혹은 지구 끓음(Global Boiling)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가 고작 1.2℃ 상승했을 뿐인데 왜 이런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할까? 내막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는 약 46억년 전 가스와 먼지가 충돌하고 모여 원시 지구를 형성하였고 그 충돌에너지로 매우 뜨거웠다. 충돌이 끝나고 서서히 냉각되면서 대기 중에 있던 수증기는 식어서 비가 되어 내렸고 바다를 형성했다. 바다에 미생물이 출현하여 광합성을 일으키고 산소를 배출하여 더 많은 생명이 탄생했다. 약 16억년 전 생물 종류와 수가 폭발적으로 증폭되어 이를 '캄브리아기의 폭발'이라고 한다. 그 이후 고생대를 거쳐 중생대에 이른다. 2억3천만년 전 중생대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공룡이 출현했다. 지구의 온도는 지금에 비해 약 5~10℃ 정도 높았다고 하고 중생대 백악기의 온난하던 지구환경으로 공룡들은 크기가 점점 커지고 지구를 지배했다. 약 6천500만년 전 중생대가 끝나고 신생대가 되었는데 급격한 지구 온도의 하강으로 먹을 것이 줄어든 공룡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멸종하게 된다. 이 시기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지각이 변동하고 화산활동이 잦아지면서 화산재에 의해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빙하는 극지방으로부터 지구의 중위도까지 분포하였고 많은 동식물이 이 시기에 멸종을 맞게 되었다. 그 후 다시 화산재가 걷히고 지구는 태양열을 받아 추운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간빙기는 지금 지구와 같이 극지방에만 빙하가 분포했다. 이에 다시 살아남은 생물들이 번식하고 포유류가 탄생하며 약 500만년 전 드디어 인류의 조상이 출현했다. 빙하기 말인 약 2만년 전부터 지구 온도는 점차 올라가 약 1만2천년 전 빙하기가 사라지고 현재의 기온으로 안정화되어 자연과 인류가 조화를 이룬다는 뜻인 홀로세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농경 생활이 시작되고 신석기시대가 열렸으며 풍부한 식량으로 인류는 정착하여 번성하였다.
약 2만년 전 빙하기로부터 현재의 홀로세까지는 약 1만년이 걸렸고 지구 평균 온도는 4℃밖에 상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동안 인류는 지구 평균 온도를 1.2℃ 상승시켜 버렸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이던 것을 약 100년 사이에 0.04%로 증가시킨 덕분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약 2℃ 높아지면 영구동토가 녹고 그 속에 갇힌 메탄가스, 탄소가스가 방출되어 지구를 더욱 덥히고 다시 가스를 더 많이 방출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빙하가 녹아 반사되는 태양에너지량이 줄고 지구로 흡수되는 에너지량이 늘어 지구 평균 온도가 더 올라가는 이른바 '티핑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즉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가 높아지면 지구가 스스로 온도 상승을 가속화하여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린랜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m 상승하고, 남극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70m 상승한다고 한다. 아마도 다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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