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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국회의원 (국민의힘) |
지난달 9일부터 30일 가까이 이어진 장마는 강수량과 강우 강도를 고려했을 때 역대 1위라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특히 연 강수량의 3분의 1이 엿새 만에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역대급 장마로서, '극한호우'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올해 장마 기간 일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한 지역 중 산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충청지역과 경북으로 이곳에서만 60명이 넘는 직·간접적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평년 장마철에 비해 장마기간은 비슷했던 반면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호우가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일부에서는 산사태의 93%가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며,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를 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산사태취약지역은 올해 6월 말 기준 2만8천여 곳으로 이곳에 예산의 51%를 집중 투입하고 점검을 실시하는 등 관리를 통해 산사태를 막았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극한호우 상황에서는 산사태취약지역은 물론 전 지역에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시우량이 30㎜ 이상, 일 강우량이 150㎜ 이상, 연속 강우량이 200㎜ 이상 발생하는 경우 전국이 산사태에 취약한 상태로 전환된다.
극한호우가 빈번해지는 기후여건에 대응하려면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사방사업과 같은 산사태 예방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연 2회 이상 현지점검 후 배수로 정비 등 긴급조치를 실시한다. 거주민의 비상연락망도 구축,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 발령 시 대피안내 등 집중관리가 들어간다. 산사태취약지역에서의 사고 발생률이 적은 이유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지난해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골짜기마다 설치한 사방댐이 토사를 막아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를 보면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사업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 산림청은 극한호우에 대비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사태 인명피해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과학적인 예측과 대피체계 개선, 산사태 사각지대 관리강화이다. 산사태 위험정보, 산사태 예측정보, 산사태 예보발령 등 그동안은 산지 위주의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앞으로는 급경사지나 도로비탈면과 같은 산지 외 지목도 산사태 정보시스템에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으로 개편하게 된다. 산림에 지정하는 '산사태취약지역'도 산사태 피해가 예상되는 산림연접지까지 확대해 생활권 지역 중심으로 추가 지정하고, 사방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산사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많은 농·산촌 특성을 고려해 이·통장, 임업인 등을 대피 현장인력으로 활용하고, '산사태 대피소'도 수시 정비하여 주민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민의힘 재해대책위원장으로서, 산림재난으로부터 산림을 보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재난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고 피해 예방 및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림재난방지법안'을 지난해 말 대표 발의했다. 현재 산사태취약지역을 확대·관리하는 내용의 '산림보호법' 개정안도 조속히 발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재난관리체계로는 더 이상 지구 열대화 시대를 따라가기 어렵다. 국회와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난대응체계로 신속히 개편하고, 다시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입법·정책적 대응 마련에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정희용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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